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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개척·열정으로 뭉친 창업세대 정신 이어받아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도약
정부도 기업 옥죄기 보다는 마음껏 뛸 경영환경 조성해 성장동력 창출 적극 지원을
삼성 이병철, 현대 정주영, LG 구인회, SK 최종현, 포스코 박태준.
6ㆍ25전쟁의 폐허를 딛고 무에서 유를 창조한 우리나라 1세대 기업가들이다.
최근 우리 경제가 수출과 내수의 동반침체 속에 저성장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이들의 도전적 기업가정신이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정화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 경제가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업을 일으키고 개척하는 기업가정신이 필요한데 최근 우리 사회에는 리스크 회피 및 안정지향적 사고가 늘어나고 있다"며 "우수한 인재들이 창조와 개척에 소극적일 경우 사회와 경제의 후퇴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학자마다 정의는 조금씩 다르지만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란 기회를 포착해 사업 비전을 설정하고 자기가 하는 사업에 일생을 걸며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어보겠다는 열정을 말한다. 20세기를 대표하는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새로운 제품ㆍ생산방법을 개발하거나 신시장을 개척하는 혁신가를 기업가로 봤고 혁신을 통해 '창조적 파괴'에 나서는 기업가의 자세와 의지를 기업가정신이라고 정의했다. 또 세계적 경제학자 피터 드러커는 기업가정신이란 위험과 불확실성에도 이윤을 추구하려 하는 모험과 창의적인 정신이라고 했다. 이러한 정의에 비춰볼 때 지난 50년간 한국경제의 눈부신 성장은 창업 1세대가 가졌던 불굴의 기업가정신이 발현된 결과라 할 수 있다.
◇기업가정신 퇴조로 경제활력 저하=실제로 산업보국의 일념으로 도전과 혁신을 실천해온 창업세대의 열정이 있었기에 현재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ㆍSK이노베이션ㆍ포스코 등은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기업가정신은 또한 이들 성공한 기업가에서 찾을 수 있는 공통된 특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기업가정신의 퇴조현상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30년간 국내에서 창업해 중견기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이랜드ㆍ팬택ㆍNHNㆍ웅진 등 한손으로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미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은 막대한 현금을 쌓아놓은 채 대규모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ㆍ4분기 설비투자는 전분기보다 4.8%나 줄었고 12월 제조업 설비투자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9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5월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아울러 2000년대 초반 벤처 거품이 꺼진 후 청년창업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높은 청년실업률에도 불구하고 30세 미만 청년창업이 전체 신규 창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인과 청년들 사이에서 도전과 혁신으로 대표되는 기업가정신이 과거에 비해 크게 약화된 것이다.
이 여파는 고스란히 우리 경제 전반으로 전이되고 있다. 한국의 성장잠재력이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는 것이 증거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앞으로 우리 경제는 2~3%대의 저성장 기조로 진입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기업가정신 부활로 성장잠재력 높여야=우리 사회에서 기업가정신의 퇴조현상은 반기업정서 및 기업규제 확산과 맞물려 있다. 정치권은 대선을 맞아 선거전략으로 기업규제 강화를 핵심으로 한 경제민주화 공약을 들고 나왔다. 경제민주화 주장 속에 기업인들은 미래성장의 주역이 아니라 사회양극화의 주범이자 잠재적인 범죄자인 양 취급 받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국민들 사이에서도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 등으로 기업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인들의 의욕과 활력이 저하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우리 경제가 전반적인 침체에 빠진 것은 투자가 부진하기 때문이며 투자부진의 주요 원인은 기업가정신의 부족과 반기업정서에서 찾을 수 있다"면서 "규제완화로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한편 혁신적인 청년창업을 활성화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과거 왕성했던 기업가정신을 다시 활성화해 기업투자를 촉진하고 새로운 경제성장의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업가정신을 기업인은 물론 국민 모두 새로운 도전에 나서며 부를 창출하는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과제로는 기업규제 완화와 반기업정서 해소가 첫손에 꼽힌다. 노부호 서강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기업가정신을 살리기 위해서는 규제완화 및 반기업정서 해소를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새 정부는 기업정책은 물론 노사관계와 교육 문제도 기업가정신을 살리는 방향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전·혁신 외면한 SONY, NOKIA 결국 몰락
이들 기업의 경우 눈부신 성공의 결과 오만에 빠지고 기존의 전략을 과신하며 자기혁신에 실패한 점이 근본적인 패착으로 꼽힌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은 "소니와 노키아의 사례에서 보듯 1등 기업이 되면 새로운 길을 찾는 데 주저하고 변화를 싫어하는 경향이 기업 내부에 확산돼 기업가의 모험과 진취적 정신을 저해하게 된다"며 "이것이 이들 기업을 위기로 내몬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근 일본 3대 전자업체 소니ㆍ파나소닉ㆍ샤프는 신용등급이 모두 '투자 부적격(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지는 수모를 당했다. 그 중에서도 소니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까지 떨어진 것은 충격적인 결과로 평가된다. 소니는 지난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전세계 혁신기업의 대명사로 불렸다. 워크맨 카세트 플레이어와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 바이오 노트북PC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제품들은 소니 혁신신화의 상징이었다. 당시 국내 전자업체들은 소니를 롤모델로 삼고 소니 따라잡기에 열을 올릴 정도였다. 하지만 소니는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는 새 제품을 내놓지 못하며 위기를 맞게 된다. 업계에서는 혁신제품 개발을 장려하던 문화가 사라지고 미국 기업들처럼 단기성과에 안주하면서 소니의 몰락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특히 기술 우위에 대한 과도한 자기만족이 디지털 전환시대의 새로운 기술채택을 방해해 발목을 잡고 말았다. 아울러 2000년대 중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한 위기상황에서 현실안주형 최고경영자(CEO)인 미국인 하워드 스트링어를 영입한 것도 추락을 막지 못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세계 휴대폰시장의 절대강자로서 '핀란드의 자존심'으로 불렸던 노키아의 추락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때 전세계 휴대폰 사용자의 절반가량이 사용했던 노키아는 급변하는 모바일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과거의 달콤했던 성공에 취해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몰고 온 스마트폰 트렌드를 외면한 것이 결정적 실수였다. 노키아의 몰락은 핀란드의 위기로 이어졌다. 핀란드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던 노키아가 심각한 침체 속에 올해도 1만명을 추가 감원하면서 핀란드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황 실장은 "삼성전자ㆍLG전자 등 국내 기업이 소니와 노키아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것은 적극적인 도전정신으로 디지털 변혁기에 변화를 주도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