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엔고,우리경제 회복 호기/권순우 삼성경제연 수석연구원(시론)

2년여에 걸쳐 진행된 엔화약세 추세가 5월이후 극적인 반전양상을 보이고 있다. 95년 4월 달러당 80엔 밑으로 떨어지면서 초강세를 보이던 엔화는 이후 약세로 돌아서 2년만인 지난 4월에는 50%이상 절하된 달러당 1백28엔대까지 상승했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 한달여 사이에 상황이 급반전하여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초강세로 돌아서고 급기야 달러당 1백10엔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연말엔 백5엔까지 이처럼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최근 일본의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는데 기인한다. 지난 4월중 일본의 무역수지 흑자는 91억달러에 달해 전년동월에 비해 두배 가까이 증가했고 특히 대미 무역흑자는 7개월 연속 전년동월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5월중 무역수지도 역시 전년동월대비 두배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과거의 예를 볼때 일본의 무역수지 흑자 확대는 필연적으로 미일간 무역마찰을 불러옴과 함께 엔화절상 압력으로 작용해 왔다. 90년대 내내 경기침체에 시달리면서도 95년 초까지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절상되었던 것도 결국은 일본의 무역수지 흑자 때문이었다. 이번 엔화의 초강세 현상도 역시 일본의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확대되면서 무역마찰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자 일본이 먼저 나서서 엔화의 추가적 약세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 기폭제가 되어 외환시장의 무게중심이 급격히 엔화쪽으로 이동하면서 나타난 것이다. 또한 외환정책에 대한 미국의 입장변화도 엔화강세의 속도를 가속화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물가상승 압력을 줄이고 금융시장의 안정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달러고정책을 고수해 왔으나 수출기업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무역적자 확대문제가 현안으로 등장하면서 지속적인 달러화 강세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단기간에 15엔이 넘게 급등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기본적인 경제 흐름 외에도 엔화가 그동안 달러화에 대해 과잉절하되어 있었던 데도 기인한다. 미국경제 호조, 일본경제 침체라는 경제의 근본흐름을 바탕으로 달러화 강세, 엔화약세 기조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과도하게 약세를 보였으나 일본의 무역수지 흑자 확대를 기폭제로 하여 엔화의 과잉절하에 대한 시정과정이 급속도로 이루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조정과정은 달러당 1백10엔 수준에서 일단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며 그 이후의 엔·달러환율은 일본의 무역수지 흑자규모의 추이에 의해 민감하게 반응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엔화약세의 파급효과가 이어지면서 일본의 무역수지 흑자확대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금년중 엔화는 달러화에 대해 1백5엔 수준까지 추가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원절상 압력 커질듯 국제외환시장의 이러한 추세적 변동은 필연적으로 원·달러환율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94년 이래 원·달러환율과 엔·달러환율간의 상관관계가 77%에 이른 것에서도 나타나듯이 최근들어 엔·달러환율의 움직임은 원·달러환율에 영향을 주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원화가 별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결국에는 엔·달러환율의 급락을 반영하여 원화는 달러화에 대해 강세로 반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하반기부터는 국내외환시장의 안정과 주식시장의 회복 등에 힘입어 해외자본의 유입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여 원화에 대한 절상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아직도 금년중 경상수지 적자규모가 1백50억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절상폭은 엔화의 절상폭에 비해서는 훨씬 작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원화는 달러화에 대해 완만한 절상추세를 보이며 연말까지는 달러당 8백60원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경쟁력에 도움 90년대 들어 우리경제는 엔화강세­경기호황, 엔화약세­경기불황의 전형적 현상을 반복적으로 겪고 있다. 이는 그만큼 우리 경제가 엔화가치 변동에 의해 좌우되는 취약한 경제체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에도 엔화강세는 우리경제에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호황을 구가하던 94∼95년중 원화와 엔화가 각각 달러당 7백90원, 1백엔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현재의 원화 및 엔화환율 수준은 우리 경제의 수출경쟁력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엔화가 달러당 1백10엔 밑으로 떨어질 경우에는 당초 예상보다 경기회복 속도가 상당히 빨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엔화강세로 인한 빠른 경제회복이 우리 경제에 반드시 바람직스러운 것만은 아니다. 너무 빠른 경제회복은 자칫 우리산업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권순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