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은 계열사들로부터 '한화' 브랜드 사용에 대한 일정 비용을 지급 받는 것을 검토 중이다. 현재 계열사들은 한화 브랜드를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계열사명에 '한화 00'가 들어간 회사들은 브랜드 소유권자인 ㈜한화에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무형자산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지주회사가 아닌 기업들도 계열사를 상대로 브랜드 사용료를 거둬들이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브랜드 사용료를 받고 있는 지주회사들 역시 그에 따른 대가를 높이는 등 브랜드가 '적지 않은 수익'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이 이면에는 브랜드라는 무형자산이 중요해지고 있는데다 글로벌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브랜드 무상 사용이 자칫 해외 경쟁당국으로부터 계열사 '부당 지원'으로 인식될 여지가 적지 않아서다.
지주회사가 아닌 한화그룹은 현재 ㈜한화가 '한화' 브랜드 소유권자다. 현재는 각 계열사들이 '한화 000'라고 사명을 써도 별도로 돈을 내지 않지만 앞으로는 비용을 지급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지주회사가 아닌 삼성그룹은 브랜드 사용료를 받고 있다. 현재 '삼성'의 브랜드 소유는 삼성전자ㆍ삼성물산ㆍ삼성전기 등 19개 계열사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브랜드를 소유하지 않은 19개 이외의 계열사들이 현재 브랜드 사용료를 납부하고 있다. 이렇게 들어온 사용료는 19개사가 지분에 맞춰 배분하고 있다.
브랜드 사용료를 받고 있는 지주회사들도 무형자산 가치가 상승하면서 계열사들로부터 받는 금액을 늘려나가고 있다. 브랜드를 단순히 상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주요 수익원으로 인식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각 지주회사들이 내놓은 사업보고서를 보면 LG그룹 지주회사인 ㈜LG는 지난 2011년 브랜드 사용료로 2,649억원을 거둬들였다. 이는 2010년 2,527억원보다 4.8% 상승한 금액이다. 2012년에도 1~9월 현재 1,990억원을 브랜드 수입으로 거둬들였다.
SK그룹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주회사인 ㈜SK가 계열사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로 거둬들인 이익은 2010년 1,327억원에서 2011년 1,43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1~9월에만 1,537억원을 받았다.
GS그룹의 지주회사인 ㈜GS의 경우 브랜드 사용료 이익이 2010년 307억원에서 2011년 773억원으로 151%가 증가했다. 지주회사인 ㈜두산 역시 계열사를 상대로 2012년 10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약 2년간 490억원의 상표권 비용 지불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주요 모 그룹들이 브랜드를 무형자산의 주요 축으로 보면서 이를 수익원으로 연결시키고 있다"며 "이를 통해 브랜드의 계량적 무형가치를 높이는 등 과거와는 다른 브랜드 전략을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