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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명품관광] <4> 프리미엄 가이드

VIP 관광객에 한국의 미(美) 스토리텔링… 한류 알리미죠<br>전통문화·역사 등 쉽게 설명… 취향까지 파악해 양질 서비스<br>관광진흥·국위선양에도 한몫<br>고부가 관광 시장 확대 따라 관광공사 전문가 과정도 개설

한국관광공사에서 교육 받고 프리미엄 가이드로 일 하고 있는 이윤정씨가 쿠웨이트에서 온 VIP 관광객에게 창경궁 안에 있는 부용정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여행상품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면서 고품격 여행가이드에 대한 수요도 점증하고 있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의 숫자가 지난해 1,150만명을 넘어서면서 국내여행 가이드들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고 있다.

국내 경기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외국인들이 쏟아져 들어오자 저가 여행이 주조를 이루던 과거와 달리 여행상품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면서 고품격 여행가이드에 대한 수요도 점증하고 있다. 여행업계가 싸구려음식점과 쇼핑으로 관광을 마무리 짓던 가이들 대신 VIP 관광객을 위한 고품격 통역안내사(이하 프리미엄 가이드)를 필요로 하는 이유다. 고부가가치 관광상품 개발 및 VIP 관광시장 확대로 전문적인 관광해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자 한국관광공사는 전문 지식을 갖추고 서비스 마인드가 뛰어난 관광통역안내사를 양성해내기 시작했다. 이번주 '한국의 명품관광'은 국내 관광 현장에서 외국 VIP들을 안내하며 관광진흥과 국위선양을 하고 있는 프리미엄 가이드들에 관한 이야기다.


◇프리미엄 가이드 만들기=한국관광공사는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 소지자들을 대상으로 입학전형을 치러 지난해 11~12월 5주 교육을 실시, 프리미엄 영어가이드 29명을 배출했다. 올 1~2월에는 중국어 안내가 가능한 프리미엄 가이드 15명도 양성해냈다.

한국관광공사가 프리미엄 가이드 선발시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역사문화 해설능력 ▦ 유연한 상황대처 능력 ▦세련된 매너 등 세 가지. 조희진 한국관광공사 관광아카데미팀장은 "선발 때 관광지 영상을 무작위로 뽑아 틀어 주고 해설을 하도록 해 외국어 실력뿐만 아니라 스토리텔링 실력까지 평가한다"며 "교육에 돌입해서 강조하는 점은 사료에 근거한 정확한 지식과 역사비교 교육"이라고 말했다.

서비스차원에서는 타깃이 명확한 만큼 단체관광객들과는 달리 ▦1~5명까지 소그룹에 초점을 맞추고 ▦돈에 신경 쓰지 않는 상위계층 ▦자기 돈이 아닌 조직의 돈으로 여행하는 사람들로 범위를 설정하고 있다.

조 팀장은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 소지자들 중 대상자를 선발해 VIP 안내 서비스, 한국문화의 특징, 근현대 한국과 서양의 관계사, 한국관광스토리텔링, 가이드시나리오 개발, 전문관광 분야 교육 등 총 150시간의 강의를 진행했다"며 "영어가이드의 경우 20대 3명, 30대 9명, 40대 10명, 50대 5명으로 다양하고 60대도 2명이나 있다"고 말했다.

◇현장의 프리미엄 가이드들=한국관광공사의 양성과정을 거쳐 프리미엄 가이드로 일을 하고 있는 이윤정씨는 "아직 배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까닭에 프리미엄 가이드를 특정해 찾는 고객은 많지 않다"며 "VIP들의 요청에 따라 일을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프리미엄 가이드들은 고객들이 국내에 장기 여행을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바뀌지 않고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정하지는 않지만 보수는 일반 가이드보다 25~50%가량 더 받는다"고 말했다.

4월30일 이씨로부터 창경궁 안내를 받던 쿠웨이트 관광객 나지란(Nazeelan Y.A. Alduwaisanㆍ의사)씨와 나왈(Nawal Y.A. Alduwaisanㆍ변호사)씨 자매도 "다른 나라를 관광할 때도 VIP전문 가이드를 고용해본 적이 있지만 여행일정을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한 명의 가이드가 안내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한 명이 안내하니 우리의 기호를 파악하고 있어 편리했고 중복된 내용을 설명하는 시간 낭비도 없어 좋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나지란씨 자매 같은 전문직종 종사들은 여행을 오기 전에 한국에 관해 많은 정보를 취합해 공부를 하고 오는 편"이라며 "이들은 13일째 국내 여행을 하고 있고 서울에서부터 순천 정원박람회, DMZ, 제주도, 부산, 경주, 영암 영산제, 함평 나비축제까지 국내를 샅샅이 훑고 있다"고 말했다.


고객들의 수준이 높고 교양이 풍부한 만큼 가이드의 수준도 높아져야 하는 구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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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공군대령으로 예편 후 제주에서 프리미엄 영어가이드로 일 하고 있는 문성범(61)씨는 제주로 내려와 자원봉사 안내를 하다가 프리미엄 가이드가 된 케이스.

문씨는 "프리미엄 교육을 받아보니 일선에서 안내를 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며 "군복무 중 미국에 3년간 파견 나가 익숙해진 영어에 토익공부를 더 해 지금은 주로 크루즈 가이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토익점수는 870점 이상 받았지만 돌발적인 질문에 대한 순발력과 전문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는 한다"며 "그럴 때면 가이드교육 동기들과 카카오톡으로 정보교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고 말했다.

조선족인 윤현숙씨는 연변TV 방송국에서 기자로 활동하다가 한국 유학을 와 프리미엄 가이드가 됐다. 윤씨는 "일반관광객들은 구경을 잘 시켜 보내면 끝나지만 VIP 관광객들에게는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하다"며 "VIP들은 해설을 하면 '왜?'냐는 질문이 자주 나와 배경설명까지 준비를 해야 하는 점이 어렵다"고 말했다.

윤씨는 "중국 교포로서 한국 사회에서 직업을 찾고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데 가이드로 일하면서 빠르게 한국 사회에 정착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프리미엄 가이드들의 미래=한국관광공사는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 교육을 통해 배출된 프리미엄 가이드들을 국제행사, 고부가가치 관광상품, VIP 관광객가이드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경력이 있는 일본어 가이드를 대상으로 오는 5월 말부터 약 5주간에 걸쳐 '프리미엄 가이드 양성과정'을 개설,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중국어ㆍ영어 과정 총 44명의 수료생을 배출한 데 이어 프리미엄 일본어 가이드도 진용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교육 과정은 VIP 안내 기법, 의전교육 등 프리미엄 가이드 필요역량에 관한 교육, 방한객들의 실제 관심사항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ㆍ문화 비교해설 교육과 의료관광ㆍ한류관광 등 선택 전문분야별 관광마케팅 교육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교육생은 지난달 22일부터 약 3주간 홈페이지를 통해 모집 중이며 선발은 서류전형, 일반면접 및 외국어 면접을 거쳐 총 30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교육비는 기본적으로는 관광공사에서 지원하나 개인 부담금도 일부 있다.

조 팀장은 이와 관련, "사회적으로 조기퇴직과 고령화가 문제되고 있는 가운데 프리미엄 가이드는 은퇴 후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는 직업으로서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외래 여행객이 증가하고 관광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향후 전망도 밝은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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