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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인 지노베바(47)씨는 2011년 9월 중순 러시아의 병원에서 갑상선암 판정을 받았다. 암은 갑상선뿐 아니라 주변 림프절 및 심장 부근 혈관으로 전이된 상태였고 러시아 병원에서는 수술 불가 판정이 나왔다.
상태가 점점 나빠져 하바로스크 건강증진센터에 입원 중이던 지노베바씨는 마침 원격 화상진료를 통해 이 병원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강남세브란스병원의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
러시아 병원이 치료 불가 판정을 내렸던 것과는 달리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지노베바씨에게 치료가 가능하다는 진단 결과를 내놓았다.
그녀는 즉시 한국을 방문했다. 검사를 받은 결과 혈액 속의 칼슘량을 조절하는 갑상선 호르몬 칼시토닌의 농도가 2,500까지 올라간 상태였다. 칼시토닌의 수치가 높다는 것은 암의 전이가 진행됐다는 의미로 보통 칼시토닌 수치가 2,000 이상이면 3분의1 정도는 수술이 어렵다.
하지만 강남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은 장장 5시간 동안 수술을 집도, 전이된 부위의 암세포까지 모두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홀로 타국에서 암 수술을 받는 환자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연수 차 병원에 와 있던 러시아 의사를 통해 상세한 설명까지 해줬다.
이후 러시아로 돌아간 지노베바씨는 건강을 회복했지만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는 소견에 따라 현재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블라디보스토크 'U헬스센터'에서 원격진료를 통한 검진을 받고 있다.
◇성장하는 의료관광=한국에서 갑상선암을 치료한 지노베바씨의 경우는 최근 들어 줄을 잇고 있는 의료관광의 여러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의료기술과 관광서비스가 접목되면서 시너지를 일으키고 있는 단적 예인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 고무된 한국관광공사는 의료관광 업그레이드를 위한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의료관광은 일반관광에 비하면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12년 외국인 환자 유치실적'에 따르면 총 15만5,672명(잠정치)이 우리나라를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외래 환자는 12만5,450명(80.6%), 건강검진 환자는 1만5,593명(10.0%), 입원 환자는 1만4,629명(9.4%)으로 세 부문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연환자 수(한 사람이 10일 입원할 경우 10명으로 계산)로 환산하면 47만5,865명으로 2011년의 34만4,407명보다 38.2% 증가한 것이다.
국적별로는 중국(24.0%), 미국(23.0%), 일본(14.1%), 러시아(14.1%), 몽골(6.4%)순으로 나타났으며 2011년 대비 증가율은 몽골(155.6%), 카자흐스탄(122.1%), 아랍에미리트(115.8%)순이었다.
다만 일본의 경우 독도 문제와 엔저의 영향을 받아 전년 대비 17.9% 감소하면서 전체 환자 중 비중이 22.1%에서 14.1%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러시아 환자는 전년 대비 69.2% 증가하면서 2013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중국은 2011년보다 63.7% 신장하며 외국인 환자 유치사업이 본격화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이와 관련해 김세만 한국관광공사 의료관광사업단장은 "정부에 의해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선정된 후 빠르게 성장해온 의료관광산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가별 세부 유치전략 수립을 위한 진단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조사를 매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동 의료관광객 및 가족들을 위한 무슬림 식단 홍보책자를 발간하는 등 관광공사의 20개국 31개 해외 지사를 통해 의료관광 홍보를 강화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료관광 플랫폼 구축=의료관광이 활성화함에 따라 의료관광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개방형 플랫폼시스템 구축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개방형 플랫폼시스템이란 온라인상에서 외국인과 한국의 의료관광 업계, 이를테면 한방ㆍ웰니스ㆍ힐링ㆍ휴양 등 의료코스와 관광을 결합한 폭넓은 의료관광 상품을 소개ㆍ판매하는 장터를 의미한다.
개방형 플랫폼시스템이 구축되면 외국인들은 온라인상에서 한국의 의료관광 상품을 구매하거나 관광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예약‧결제 시스템, 환자배상보험 시스템, 의료관광 통계 등을 간편하게 검색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를 위해 올 4월 의료관광 허브 플랫폼 구축을 위한 기획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강규상 의료관광사업단 선임차장은 "개방형 플랫폼 구축과 함께 찾아가는 나눔의료를 통해 중증 및 불치병 환자를 초청, 치료해나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의료 기반시설이 열악한 국가에 한국 의료기술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