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위기와 정부의 책임/이부영 국회의원·민주당(로터리)

최근 기아사태의 해법을 둘러싼 논란은 시장경제에서 국가의 역할에 대한 오랜 논쟁을 떠올리게 한다. 모든것을 시장원리에 맡기고 국가의 시장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국가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을 통해 시장경제의 한계를 보완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논쟁은 아직도 사회과학계의 쟁점으로 남아 있다.그동안 정부는 기아사태의 해결을 시장원리에 일임하고 정부는 간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태도는 사실상 기아를 회생불능의 상태로 몰고가 3자인수를 추진하려는 「보이지 않는 개입」으로 인식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기아사태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야당과 언론은 물론이고, 심지어 신한국당 대통령후보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뚝심」을 과시하고 있는 이같은 경제정책이 결국 어떠한 결과를 낳게 될 것인지는 두고볼 일이다. 다만 시장경쟁에서 낙오되거나 희생된 사회구성원들의 고통을 눈앞에 두고서도 강건너 불구경하듯이 「그것은 시장의 문제」라는 원론만을 반복하는 정부라면 그 존재의미가 무엇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장황한 경제이론을 끌어들일 것도 없이 진정 국민을 위한 정부라면 경제위기 속에서 고통받는 사회구성원들을 보호하고 어루만져주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마땅하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퇴직금의 우선지급 의무에 대해 헌법 불합치판정을 내렸고 노동계는 이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판결은 가뜩이나 명예퇴직이다 감원이다 해서 뒤숭숭한 노동시장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평생을 한 회사를 위해 일해도 이제는 퇴직금조차 받지 못한 채 그만두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근로자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선진국들의 경우도 퇴직금 우선지급기간이 정해져 있다고 설명하지만 퇴직 후의 사회보장제도가 사실상 전무한 우리의 경우 근로자들이 받게 되는 정신적, 경제적 충격은 다른 나라에 비교할 바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강건너 불 바라보듯하며 역시 문제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경제가 어렵고 힘들수록 그만큼 어렵고 힘든 국민들의 생활을 걱정하고 고달픈 마음을 어루만져주어야 한다. 그것이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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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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