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렇게 가다간…' 충격 전망
[심층진단] 수출 주력 차·반도체 생산 뚝… 경제 버팀목마저 흔들린다[제조업이 심상찮다] ■ 얼마나 안좋기에7월 제조업 생산 1.8% 줄어 두달째 내리막자동차 5.8%-반도체·부품 5.7%나 뒷걸음질제조업 가동률도 77%로 하락 올들어 최저글로벌 침체 영향권… 경기회복 더 더뎌질듯
김상용기자 kimi@sed.co.kr
김광수기자 bright@sed.co.kr
윤홍우기자 seoulbird@sed.co.kr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량 감소가 피부로 느껴집니다. 당장 연말에 부품 발주 물량이 더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경기도 안산시 산업단지 내에서 자동차 부품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K사장은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완성차 업체의 파업 여파로 부품 생산물량이 줄었고 매출의 20%를 담당하는 수출시장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K사장은 "이탈리아 쪽 수출 시장을 공략해왔는데 유럽위기로 매출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제조업의 대표 선수인 자동차와 반도체 수출시장이 흔들리면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이 풍파를 맞고 있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7월 제조업 생산은 화학제품ㆍ담배 등에서 증가했으나 반도체 및 부품, 자동차 등에서 줄어 전월 대비 1.8%나 감소했다. 전달 0.6% 감소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하락세로 하락폭은 3배나 커졌다. 광업과 제조업을 포함한 광공업 생산은 전월 대비 1.6% 감소했다.
무엇보다 주력 수출 업종인 반도체와 자동차 생산이 크게 줄어든 것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다. 자동차 생산은 전달에 비해 5.8%, 반도체 및 부품은 5.7%나 감소했다.
자동차 생산은 5월과 6월 각각 0.1%, 1.1%씩 찔금 늘다가 7월에 본격적으로 감소세다. 내수시장은 소비심리 위축으로 소비자들이 신차 구매를 꺼리면서 분위기가 좋지 않고 수출도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노조의 부분파업 영향까지 겹쳐 생산량이 급락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 같은 위기상황이 8월은 물론 하반기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8월에도 파업과 휴가 등의 영향으로 조업일수가 감소하는 등 생산량이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도체 시장은 가격회복 지연이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 PC용 메모리 반도체 주력 제품(DDR3 2Gb 256Mx8 1333/1600MHz)의 경우 현재 가격이 1.02달러 수준에 그쳐 반도체 업계의 수익성은 물론 해외 수출 금액 감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초 하반기부터 반도체 가격이 살아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유럽발 경제위기 확산 등으로 가격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며 "IT기기 신제품 출시와 윈도8 출시, 성수기 진입 등의 영향으로 4ㆍ4분기부터 가격이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7월 제조업 생산 하락세를 그나마 막아준 것은 담배 생산이었다. 담배 생산은 전달보다 무려 18.1%나 상승했다. 하지만 이는 KT&G가 8월 휴가철을 대비하기 위해 생산 물량을 늘리고 리모델링에 들어갔던 공장이 재가동된 것으로 내수나 수출시장 회복과는 관련성이 떨어진다.
이처럼 전체적으로 제조업 생산이 부진하다 보니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크게 낮아졌다. 7월 평균가동률은 77.2%로 전달에 비해 0.9%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76.9%를 기록한 후 올해 들어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통계청의 한 관계자는 "제조업 가동률이 80%를 넘어야 정상적으로 공장이 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지난 3월 이후 줄곧 70%대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7월 생산자제품 출하도 전달 대비 1.8% 감소한 가운데 내수 출하는 1.2% 증가했지만 수출 출하는 4.8%나 감소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예전에는 내수 물량이 수출 물량에 비해 크게 많았지만 최근에는 거의 비슷해지다 보니 수출시장 악화가 제품 출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업 경기가 이처럼 악화되면서 국내 경기 회복세는 더욱 더뎌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본부장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고 있던 우리 제조업도 본격적으로 침체의 영향권 안에 들어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주력 산업이 타격을 받게 되면 국내 경제는 더욱 기댈 곳이 없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