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대우경영진 사퇴/의미.전망] "경제 한시대 역사속으로"

이제 대우는 김회장과 계열사 사장단 전원의 사퇴를 계기로 운명이 정부와 채권금융단에 넘어가게됐다. 더 이상 대우가 스스로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어진 셈이다.채권단이 여러차례 「실패한 경영인의 퇴진」을 언급했고 『시기가 문제일 뿐 퇴진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우세했지만 김회장과 대우측이 이처럼 전격적으로 사퇴를 표명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많지않았다. 적어도 김회장이 할일이 남아있을 것이란 일말의 가능성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우 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작업은 정부와 채권단, 그리고 곧 경영자 추천위원회에서 선임될 새 경영진이 주도하게됐다. ◇김회장, 대우 사장단은 왜 퇴진하나 = 대우 고위관계자는 1일 『채권단의 워크아웃작업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현 경영진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며 자포자기의 심정을 전했다. 실제로 대우 계열사 경영진의 80%가 이미 현직에 미련을 버렸다는 얘기가 나돌았던게 사실. 이날 사표를 제출한 사장단 14명뿐 아니라 나머지 임원들도 곧 사퇴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는 이날 공식설명을 통해 김회장 사표제출의 배경에 대해 대우문제를 발생시킨 데 대한 최고경영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현재 진행중인 대우문제 처리에 적극 협조해 워크아웃을 원활히 진행시키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김회장 개인으로선 『실패한 경영진은 퇴진해야한다』는 여론의 압박을 물리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채권단이 반쯤은 공식적으로 퇴진압력을 노골화하는 상황에서 여론도 김회장편이 아니었음을 절감했다는 뜻이다. 채권단은 김회장이 경영권을 계속 유지할 경우 워크아웃을 순조롭게 진행시킬 수 없다는 점에서 직·간접적으로 압박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일정상 지금이 퇴진의 적기라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회장이나 사장단 모두 법적으론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마무리, 대우계열사의 대주주가 되는 내년초에 퇴진하면된다. 『대우차 경영을 정상화한 뒤 명예롭게 물러나겠다』는 김회장의 의지가 강했다. 그라나 그보다는 12개 계열사에 대한 워크아웃 계획이 확정되는 다음주를 넘기면 명예퇴진의 길마저 막힐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인식이 작용한 셈이다. 한편 기존 경영진의 문책을 요구했던 대우 노조의 요구도 적지않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자신들이 고통을 감내하면서 워크아웃 동의 여부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자들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다고 비난해왔다. ◇경영진 퇴진 어떤 의미인가 = 김회장의 퇴진은 대우 사태 발생이후, 특히 지난 8월말 워크아웃 돌입이후 충분히 예견돼온 일이다. 지난달 8일 전경련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대우 회장직을 내놓지 않자 『경영권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 정도였다. 그러나 대우 관계자들은 『김회장은 이미 마음을 비웠고 물러날 시기만 저울질해왔다』며 당시 소문은 억측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김회장의 퇴진은 재계서열 2위의 재벌그룹 창업주였고 세계경영을 통해 대우 신화를 창조한 오너 경영인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대우 해체에 이어 김회장의 퇴진까지 진행되면서 재벌은 망하지 않는다는 「대마불사」의 신화는 확실하게 종언을 고한 것으로 평가된다. 30대 그룹의 회장 일부가 현직에서 물러난 경우는 있었으나 대부분 규모가 작은 그룹이거나 경제외적인 일이 원인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관심은 김회장이나 대우 경영진에 대한 정부의 처리방향이다. 채권단에 총20조-30조원의 손실을 입힌 최고경영자들이 현직에서 물러나는 것만으로 그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이 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크아웃에 어떤 영향미치나 = 김회장과 대우 경영진의 퇴진으로 대우계열사 워크아웃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최근 실사과정에서 김회장 등 기존 경영진이 협조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제 실사가 끝나고 워크아웃 방안이 확정될 단계에 이른 상황에서 기존 경영진이 남아있을 경우 워크아웃 실행을 더디게 할 뿐이라는 것이 채권단의 인식이었다. 채권단으로선 워크아웃 실행에 가장 큰 걸림돌이 사라진 만큼 계열사별로 새로운 경영진을 선임하고 호흡을 맞추는 일만 남은 셈이다. 또 최고경영자들이 물러남에 따라 임·직원에 대한 고용조정도 활발하게 이루어질 전망이다. 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 퇴진이 노조의 반발을 무마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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