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미국] "30억달러의 사나이"에 들썩

30억달러(약 3조6,000억원)를 가지고 튄 한 보험자산 관리인의 사기행각으로 인해 미 금융업계는 물론 연방수사국(FBI)이 벌집 쑤셔놓은 듯 시끄럽다.마틴 프란켈(44)이라는 한 보험자산 관리인겸 중개인이 보험회사로부터 30억달러에 달하는 거액을 사기 친 사실이 드러났지만 그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끌어모을 수 있었는지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FBI조차 『그가 5개주 12개 중소 보험회사를 대상으로 보험 사기행각을 벌인 것은 밝혀졌지만 소재 파악 등 사건조사가 진척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사건조사 보고서를 냈을 정도다. 더욱이 그가 가명을 워낙 많이 사용해 현재 어떤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지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에게 자산관리를 맡긴 12개 중소 보험회사들은 프란켈이 돈을 갖고 사라지면서 파산 위기에 몰려있다. 프란켈의 사기행각은 한마디로 미스테리의 연속이다. 프란켈의 행방이 묘연한 것은 코네티컷 그린위치 소재 자신의 집에 화재가 났다며 소방서에 신고한 지난 5월5일부터. 그는 소방서에 프란켈이라는 이름으로 화재신고를 했고, 소방서에서 『곧 출동할테니 기다리라』고 답변하자 전화를 끊고 행방을 감췄다. 소방수들이 그의 집에 도착했을 때는 『돈을 세탁하자』 『이스라엘로 돈을 빼돌린 후 다시 반입하자』 『나는 떠나야 한다. 어떻게 해야 안전한가』등 각종 행동지침을 쓴 서류 뭉치들이 불타고 있었고, 점쾌를 보는 책자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이후 금융감독기관과 FBI가 조사에 착수하면서 그의 사기행각 전모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는 리버티 내셔널 증권사를 설립, 5개주 12개 중소 보험회사의 자산관리 및 중개업을 맡아왔다. 저렴한 커미션을 무기로 이들 보험회사들의 자산관리를 위탁받았다. 하지만 그의 사기사건 조사에서 그는 지난 92년 미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중개업무를 금지당한 것으로 밝혀졌고, 이후 친구 이름을 도용한 가명으로 활동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리버티 내셔널 증권사도 무면허업체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또 지난해 8월 버진아일랜드에 병 든 어린이들을 돕는 「아시시」라는 재단을 설립, 사기의 전위조직으로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회사들은 손실이 9억1,500달러에 이른다고 밝혔고, 아시시 재단에서 유출돼 사라진 돈은 19억8,0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그가 어떻게 무면허로 활동할 수 있었고, 재단을 통해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었는지, 현재 그가 어떤 이름으로 어디서 활동하고 있는 지 전혀 단서를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프란켈의 사기행각 규모와 그가 최근 수개월 동안 쇼핑과 여행하는데 100만달러 이상을 썼으며, 300만달러짜리 집을 컴퓨터 80대와 금융뉴스 서비스를 제공받는 와이드 스크린 TV를 갖춘 사무실로 개조한 행적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이용택 기자 YT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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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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