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선택진료 폐지, 속도전보다 연착륙 택하라

정부가 환자들에게 연간 1조3,000억원 이상의 부담을 안겨주는 선택진료제를 폐지하거나 적용 대상 의사ㆍ진료행위를 대폭 줄일 모양이다. 의사 선택권을 보장하지 않으면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의 불만이 컸던 만큼 큰 틀에서는 방향을 잘 잡았다.


박근혜 정부가 약속한 3대 비급여(선택진료비ㆍ상급병실료ㆍ간병비) 개선책의 일환이니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발이 적지 않고 반대진영의 논리에도 타당성이 적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당장 건강보험 재정과 보험료 인상 부담이 만만찮다. 의료계에 미칠 파장도 결코 작지 않다. 서두르지 말고 꼼꼼하게 준비해 연착륙시키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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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진료비는 그동안 낮은 건강보험 진료비를 보전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대형병원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5% 안팎으로 크고 건보 적용이 안 돼 100% 병원 수익으로 연결된다. 그러니 보건복지부 국민행복의료기획단이 지난달 31일 정책토론회에서 개편방향의 큰 줄기만 밝혔는데도 대한병원협회가 '폐지안은 독약, 축소안은 사약'이라고 반발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그렇다고 병원 수익보장을 위해 건보료를 3%포인트가량 인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부와 의료계가 정면 대립하는 양상이라면 차선책을 모색해야 마땅하다. 정부는 선택진료 대상을 차츰 줄여가다 장기적으로 선택진료제를 폐지하는 단계적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복지부는 의사별 선택진료제를 폐지하는 대신 병원 단위로 의료의 질을 평가해 점수가 높은 병원에 더 높은 의료수가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평가기준도 마련해야 하고 시범사업도 해야 하므로 적어도 2~3년 이상 걸린다.

평가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복지부는 병원평가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인증마크를 받은 병원 10곳 중 9곳꼴로 환자들에게 부당하게 진료비를 청구했다가 적발됐다는 점은 병원은 물론 정부 평가에 대한 신뢰가 바닥 수준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의료의 질 평가는 속도전보다 공정성ㆍ투명성과 신뢰확보가 더 중요하다. 그래야 환자들이 비싼 진료비를 감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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