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불가피한 정리해고(사설)

발등의 불인 정리해고제 도입이 해를 넘기게 됐다. 국회가 금융기관에 한해 조기도입키로 했던 법안 개정을 내년으로 미룬 때문이다.원래 정리해고제는 지난 3월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오는 99년 3월까지 실시가 유예됐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체제가 들어서면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조기도입이 추진된 사항이다. 정리해고제가 해를 넘기게됨에 따라 한국의 국제신인도에 영향을 미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일반적으로 해고는 근로자가 잘못을 저지르는 등 귀책사유가 있을 때 「징계해고」와 경영상 필요에 따라 직장을 떠나도록 하는 「정리해고」로 구분된다. 정리해고는 사용자의 판단에 따른 감원을 의미한다. 근로자에게 직장을 떠나도록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권고사직이나 명예퇴직도 넓은 의미의 정리해고나 마찬가지다. 대법원은 정리해고와 관련,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해고회피노력,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기준 및 해고자 선정, 노조 또는 근로자 대표와의 사전협의가 있을 경우 등 네가지에 한해 해고를 할 수있다고 판례로 정립한바 있다. 기업들은 이 정도 수준으로는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을 촉구하는 IMF와 국제금융기관을 만족시키기는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리해고제가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노동시장 재진입 프로그램과 사회보장이 확충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리해고제가 도입될 경우 퇴출은 쉽고 진입은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또 우리나라는 직장중심의 계약문화가 발달돼 있어 한번 직장을 잃으면 재취업이 쉽지 않다. IMF는 금융기관에 대해 강도 높은 정리해고제를 촉구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이를 모르는바 아니나 이번 회기에 외면했다. 다분히 정략적인 측면도 있다. IMF의 반응이 주목된다. 김대중대통령당선자도 IMF와의 약속과 관련, 노동계와의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신 정부가 당면한 최대의 현안이다. IMF와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 우리의 살길이기 때문이다. 늦춰도 안된다. 김당선자의 첫 시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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