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 경제운용 실천에 달렸다(사설)

강경식 경제부총리 팀이 이끄는 새경제팀이 20일 안정을 바탕으로 경제의 구조조정과 체질개선에 역점을 두는 내용의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했다.올바른 방향이고 정책의지도 실려 있다고 평가되나 다만 실천이 문제라고 본다. 경제의 안정이나 구조조정은 경제주체들의 엄청난 자기희생을 수반하는 과제다. 그동안 경제팀들도 유사한 정책기조를 내세웠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던 것은 실천의지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화시대에 이익집단들의 반발을 극복하지 못했고, 정치논리의 개입에도 무방비 상태였다. 올해는 대통령선거의 해여서 그같은 우려는 어느 때보다 높다. 새 경제팀은 정책운용의 경험도 풍부하고 실물경제에 대한 이해도 밝다는 평가다. 대통령으로부터 경제운영의 전권을 위임받은 상황이라 소신껏 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여건도 갖춰져 있다. 일단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경제살리기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가 넓게 형성돼 있다. 이대로 방치해서는 나라가 주저앉을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시점이다. 정부가 올바른 방향에서 일관성있게 정책을 수행한다면 국민들로부터 호응 받을 수 있는 여건은 마련돼 있다. 국민의 단합된 에너지를 결집할 수만 있다면 경제를 살려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경제팀이 내세운 정책기조의 3대 틀은 경제적 불안심리해소, 긴축재정, 경제의 체질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이다. 먼저 경제안정화 조치와 관련해 물가·임금·고용안정을 제시했다. 이 3자는 서로 밀접하게 상관되어 있고, 서로 조화를 이뤄야만 달성이 가능하다. 올들어 한보와 삼미라는 2개의 거대재벌이 도산했다. ○기대 갖게하는 정책의지 앞으로 도산할 기업이 속출할 것이라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는가 하면 4∼5월 「금융대란설」이 나오는등 민심이 흉흉하다. 이같은 불안감을 진정시키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물가안정을 지수보다 생활비안정에 두겠다고 한 것은 올바른 현실인식이다.그동안 정부는 경쟁국들보다 높은 4∼5%의 물가인상억제 목표를 설정해 이를 달성하는 것에 안주해왔다. 그같은 물가정책은 현실과의 괴리가 커 늘상 불신을 받아왔고 정책을 왜곡시켰다. ○허리띠 조르기 정부가 솔선 임금안정도 물가에 달렸다. 물가가 오르면 아무리 임금이 올라도 효과가 없다. 기업들이 임금동결을 선언하고, 근로자들도 이에 호응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는 기업의 어려움에 대한 근로자들의 공감대 확산과 임금보다 고용을 중시하는 새로운 경향을 반영한다. 정부는 이같은 근로자들의 인식변화를 물가억제로 보상해야 한다. 기업의 구조조정과 경기침체는 대량실업을 예고하고 있다. 고용안정을 창업 전업 전직을 원활히 하는 직업훈련 확대에 초점을 맞춘 것은 실업을 감수하더라도 구조조정을 늦출 수 없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교육도 입시위주가 아닌 취직중심으로 바꾸고, 특히 기술·지식집약형 중소기업의 창업과 기술연구 집단화단지사업을 활성화 시키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둘째로 최대 현안인 국제수지방어를 위해 긴축재정을 시행하겠다고 했는데 재정긴축을 국제수지방어 정책으로 연계시킨 발상이 돋보인다. 국제수지 방어에는 경제주체들이 씀씀이를 줄이는 외에 왕도가 없고 이를 위해 정부부터 솔선수범하겠다는 것이다. 재정긴축 내용은 올해 예산중에서 2조원을 삭감하고 내년도 예산증가율도 한자릿수 이내에서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올예산은 잘못된 경기예측에 근거해 전년보다 13.4%나 늘어난 팽창예산이다. 더 줄일 여지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긴축으로 국제수지 방어 정부는 경상비외에 사업비를 줄이면서 대통령의 공약사업인 농어촌구조조정 사업의 연기도 감내하겠다고 밝혔는데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미흡한 것은 아닌지 살필 일이다. 보다 규모가 큰 사회간접자본 사업에서도 불요불급한 예산이 들어 있을 것이므로 이를 찾아내 삭감토록 해야 할 것이다. 한창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과소비억제 무드를 살리는데 정부의 솔선수범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정부는 70년대말 강력한 재정긴축을 실시했으며 84년에는 예산동결조치까지 취한바 있다. 그결과 우리 경제는 만성적인 인플레에서 벗어나 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다. 당시 정책입안의 주역중 한사람인 강부총리가 다시 빼든 재정긴축의 칼이 위기국면의 경제를 살리는 처방이 되기를 기대한다. 셋째는 규제개혁인데 이를 총리실 산하의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전담토록한 것은 실천의지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하는 것이다. 고건총리가 취임일성으로 규제철폐를 내걸었던 만큼 그런 기대는 더욱 크다. 정부가 밝혔듯이 「법대로」하더라도 아무 불편이 없는 것이 규제개혁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법대로 하면 되는 것이 없을 만큼 우리사회는 법의 오남용이 너무 심하다. 그러다보니 변칙이 만능인 사회가 되었다. 그같은 법령들은 모두 철폐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주문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행정부의 개혁이다. 행정개혁은 비용이 드는 것이 아니고,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불필요한 정부기구는 과감히 없애야 한다. 공무원의 수를 줄이는 것은 욕먹는 일이나 국가백년대계를 위한다면 그런 욕을 먹을 각오는 돼있어야 한다.공무원의 총수는 규제의 총량에 해당한다는 점을 심각히 고려해야 할 때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