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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뇌성마비 형에게 바치는 2연패 금자탑

캐나다 모굴 빌로도, 금메달 확정 후 형제 부둥켜 안고 눈물

“우리 형이 올림픽에 나왔다면 4연패는 너끈하게 이뤘을 겁니다.”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프리스타일 스키의 새 역사를 쓴 알렉스 빌로도(27·캐나다)가 가장 먼저 찾은 인물은 친형 프레드릭 빌로도(32)였다.


알렉스는 11일(한국 시간) 남자 모굴에서 2010년 밴쿠버 대회에 이어 다시 정상에 올랐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모굴에서 올림픽 2연패를 이룬 선수는 빌로도가 처음이다.

알렉스는 금메달이 확정되자마자 관중석으로 달려와 제일 먼저 형 프레드릭을 번쩍 들어 올렸다.

형제는 뜨거운 눈물을 쏟으며 함께 캐나다 국기를 몸에 두르고 관중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뇌성마비로 몸이 불편한 프레드릭은 알렉스가 지금까지 훈련에 매진하도록 하는 동기부여의 화신이었다.

알렉스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내가 더 나은 선수가 되도록, 더 빨리, 더 멋지게 날도록 형이 나를 이끌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프레드릭은 어린 시절 뇌성마비 때문에 10세가 넘으면 걷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알렉스는 형이 일상생활에서 불편하지 않도록 걸음마를 할 때부터 형과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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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의 길을 선택해 훈련할 때도 프레드릭은 늘 알렉스의 곁을 지켰다.

알렉스의 기량이 나날이 향상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프레드릭의 가장 큰 즐거움으로 자리를 잡았다.

“훈련하러 갈 때 밖에 비가 오거나 하면 짜증을 내곤 했는데 형을 보면서 바로 마음을 다잡았어요. 형이 의사의 진단과 달리 아직도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을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알면 저는 ‘포기’라는 말을 떠올릴 수가 없었습니다.”

알렉스는 프레드릭이 장애와 싸우는 과정과 비교하면 올림픽 금메달을 위한 자신의 노력은 ‘새 발의 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형에게는 일상 하나하나가 크나큰 어려움”이라며 “그렇지만 형은 삶을 즐기기 때문에 아무 불평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형이 장애가 없어 올림픽의 꿈을 키웠다면 4연패를 이루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렉스는 캐나다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이번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2006년 토리노 대회부터 세 차례 연속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토리노에서는 훈련 때 매번 성공한 착지에서 실수를 저질러 11위를 기록, 입상권에 들지 못해 실의에 빠졌다.

“그래도 올림픽에서 뛰었잖아.”

프레드릭이 등을 토닥이면서 알렉스에게 건넨 이 말이 전례가 없는 올림픽 모굴 2연패의 씨앗이 됐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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