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왕인문화축제의 고장 '전남 영암'

월출산 자락 흐드러진 벚꽃 향연

日 아스카 문화도 예서 피었다네

구림마을 동쪽 문필봉 기슭에 자리 잡은 왕인박사 유적지에 벚꽃과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사진제공=P&J

영암군 덕진면 운암2리 송석정마을에 위치한 덕진차밭은 한국제다(製茶)의 소유로 재래종 차를 28년째 재배하고 있다.

산 전체가 바위로 이뤄진 월출산은 악산으로 유명하지만 위엄 있는 자태와 험한 코스는 도전 정신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백제 왕인박사의 업적 기리며 매년 문화탐사·기획전 등 행사

월출산 도갑사로 발길 돌리면 해탈문·석조여래좌상이 반겨


2200여년 역사 품은 구림마을 가마터·전통가옥·돌담 그대로

물·바람·맥반석 조화 기찬묏길 28년 이어온 덕진차밭도 장관


"한국의 문화는 일본에 큰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8세기에 편찬된 일본서기에는 '왕인박사가 일본에 건너와 오진(應神)천황의 태자를 가르쳐 태자가 여러 책에 통달하게 됐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일본 방문 중 환영만찬에서 아키히토 일왕이 읽은 만찬사의 일부다. 일왕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68세 생일의 기자회견에서 "간무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후손이라고 속일본기에 적혀 있어 한국과의 인연을 느낀다"고 말했다. 반인반신으로 추앙하던 천황의 입에서 나온 말에 열도에는 파문이 일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일본은 다시 역사 지우기에 나서며 이제는 교과서에서조차 왕인박사와 관련된 부분을 삭제하고 있다. 일본의 과거사 왜곡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요즘 매년 이맘때면 6,000명의 일본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 있다. 왕인박사가 태어난 전라남도 영암이 바로 그곳이다. 아직도 일부 뜻있는 일본인들이 때마다 찾아 경의를 표하는 그곳, 4일부터 나흘간 '2014 왕인문화축제'가 열리는 영암을 찾아봤다.

◇왕인문화축제=영암 왕인유적지의 벚꽃은 서울보다 개화가 더뎠다. 서울은 이미 벚꽃이 만개했는데 영암의 벚나무들은 왕인문화축제를 기다리는 듯했다. 목련과 개나리만이 눈치 없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었다.


꽃망울들처럼 영암은 축제 준비로 분주했다. 올해 영암에서 열리는 왕인문화축제에서는 지난해처럼 구림꽃길 걷기대회, 외국인 왕인문화탐험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영암은 1,600년 전 일본 오진천황의 초청으로 도공·야공·직조공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천자문과 논어를 전하며 아스카 문화를 꽃피워 '일본 학문의 시조'로 추앙받는 왕인박사가 태어난 고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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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림마을의 동쪽 문필봉 기슭에 자리 잡은 왕인유적지는 왕인박사가 새롭게 조명되면서 그의 자취를 복원해놓은 곳으로 올해에는 이곳에서 군민창작거리극 '왕인박사 일본 가오!' 등 2개의 대표 프로그램과 '왕인학등에 불을 밝히다' 등 4개의 기획 행사가 진행된다. 한일 관계가 벼랑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올해에도 해마다 찾던 일본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도갑사=축제가 곧 시작될 왕인박사 유적지에서 월출산 쪽으로 10분 정도 이동하면 신라 말 도선국사가 창건한 도갑사가 자리한다. 도갑사는 월출산 자락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절로 고려 후기에 크게 번창했다. 원래 이곳은 문수사라는 절이 있던 터로 신라의 4대 고승 중 한 명인 도선국사가 중국을 다녀온 뒤 이 터에 도갑사를 지었다고 전해진다. 훗날 수미·신미 두 스님이 조선 성종 4년(1473)에 중건했고 6·25 동란 중 대부분 불에 타버린 것을 새로 지었다. 경내에는 국보 50호인 해탈문과 144호인 석조여래좌상이 답사를 온 사학과 학생들을 맞고 있었다.

이맘때 영암을 찾을 계획이라면 사찰로 오르는 길은 반드시 걸어봐야 한다. 아름드리 벚나무가 길 양쪽으로 늘어서 바람이 불 때마다 눈처럼 하얀 꽃송이를 지천으로 날리는 장관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현지에서는 왕인문화축제가 시작되는 4일께부터 벚꽃이 만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구림마을=삼한시대부터 2,200여년의 오랜 역사를 간직한 구림마을은 436년 전통의 대동계 명맥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이 마을은 특히 백제 왕인박사, 신라 말 도선국사, 고려 초 최지몽 선생을 배출해낸 곳으로 유명하다.

고려청자와 조선백자의 시원(始原)이 되는 황토자기의 발상지이며 해상을 통해 중국·일본과의 교류를 시작했던 여러 흔적이 남아 있다. 마을 곳곳에는 아직도 가마터와 유물이 발굴되고 있으며 유형문화자원인 회사정·국암사·담숙제 등 12개의 누정과 전통가옥·돌담·고목나무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주민들이 마을의 안녕을 위해 매년 올리는 당산제와 구림 대동계 등 민속문화자원이 전승되고 있으며 구림마을의 영암 도기박물관에서는 한국에서 가장 좋은 황토를 재료로 영암도기를 재현해내고 있다. 전시실·체험실·판매장 등 시설을 갖춰놓고 있어 자녀와 함께 들러볼 만하다. 연중무휴, 입장료 무료이며 관람시간은 오전9시부터 오후6시까지다.

◇기찬묏길=총길이 5.5㎞에 달하는 친자연적 기(氣) 웰빙 산책로로 대로변에서 멀지 않아 접근성이 좋다. 물과 바람, 맥반석이 조화를 이룬 데다 피톤치드가 풍부한 숲 속에서 월출산의 기를 느낄 수 있도록 도보 전용 길로 개발됐다. 기찬랜드에서 탑동약수터까지는 3.8㎞ 구간이며 도보 전용 데크 등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 정도면 주파할 수 있다. 기찬묏길과 이어진 기찬랜드에는 월출산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물을 이용해 자연 풀장을 조성해놓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이면 사람들이 몰려든다.

◇덕진차밭=영암군 덕진면 운암2리 송석정마을에 위치한 덕진차밭은 재래종 차를 28년째 재배하고 있다. 외래종과 달리 차나무의 키가 성인의 무릎까지밖에 자라지 않는다. 한국제다(製茶)가 지난 1979년 조성해 운영하고 있는 이곳에서 생산된 차는 향과 맛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영암 = 글·사진 우현석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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