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감원없는 경쟁력 강화”/재계 인사개혁 속앓이

◎정치권의식 무보직 발령 등 「보이지 않는 솎아내기」/경쟁력 10% 제고도 “모호한 슬로건” 불만재계의 불황극복전략이 「감원없는 경쟁력강화」로 큰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감원을 하지 않는 대신 인력재배치와 지원부서 등 간접인력 축소, 생산성향상 기술개발, 전략사업 집중 육성 등으로 혹독한 불황으로 인한 유례없는 경영위기의 파고를 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용리스트럭처링의 방향을 갑작스레 다른 방향으로 바꾸면서 혼란과 부작용도 적잖게 표면화되고 있어 기업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첫째 정치권을 잔뜩 의식하는 등 이런저런 이유로 감원을 못하면서 교묘하고 변칙적인 방식으로 임직원 「솎아내기」를 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사를 예년보다 앞당겨 사장과 임원들을 대거 추려내 퇴진시키고, 무보직 발령과 순환보직을 통해 자연스레 직원들의 퇴직을 유도하고 있는 것. 한화와 진로그룹이 원로들을 고문으로 추대하고, 한 중공업체의 전무가 조선영업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 카드를 던진 것도 같은 맥락. (주)선경도 조만간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임원 10여명을 사장보좌역으로 발령내기로 했다. 삼성물산이 지원부서 인력 7백여명중 절반가량인 3백여명을 영업 수출부서로 전근시키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 특히 물류팀의 20여명을 통째로 영업부서로 발령, 사내에 커다란 파장을 가져오면서 샐러리맨들을 전전긍긍케 하고 있다. 삼성물산 뿐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들이 관리직의 감축을 추진, 바야흐로 「관리직의 학살바람」을 예고한다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둘째 기업들이 명예퇴직 등을 못하게 됨에따라 인사정책에 적지않은 차질을 빚으면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선경이 선경인더스트리에 이어 (주)선경 등에서 명퇴를 백지화했고, 쌍룡그룹 등도 정부와 재계의 동향파악에 부심하는 등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고용불안을 우려, 기업들의 고용리스트럭처링을 인위적으로 막는 것은 근시안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의 경쟁력을 추락시키는 주범인 「4고1다」(고지가 고임금 고금리 고물류비 다규제)중 기업이 개선할 수 있는 것은 고임금구조를 혁파하는 것밖에 없다』(S전자 K사장)는 게 기업인들의 불만이다. 또 『고용조정 규제는 신규채용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등 인력순환을 가로막는다. 이는 인력시장에 새로 쏟아지는 대졸자들의 취업문을 더욱 좁게하는 역효과도 가져온다』(대우회장실 권오택 인사팀장)는 지적도 있다. 셋째 기업들은 정부의「경쟁력 10% 높이기 운동」에 대해서도 실체가 없는 모호한 슬로건이라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정부가 막연히 구호만 외치고 경쟁력향상 실천대책을 기업에만 떠넘기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전대주 전경련전무는 『정부가 먼저 경쟁력강화에 솔선수범해야 한다』며 『예산 금리 물류비 공무원수 등을 10%씩 낮추고, 낭비요소를 철저히 제거하는 혁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이의춘>

관련기사



이의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