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의 답은 무엇일까. 사고를 내는 비행기에 없는 □□□를 찾는 여정에 나서려 한다. 여행 수단은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여객기. 항공 여행은 즐겁다. 여행 자체가 그렇거니와 안락하고 기내식을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래도 이착륙 때는 두려운 감정이 살짝 고개를 든다. 항공사고의 대부분이 이륙과 착륙을 전후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완벽하다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의 답은 CRM. 조종자원 관리(crew resource management)의 약자다. CRM의 목표는 조종석의 기장과 부기장, 항공관제요원은 물론 관제탑과의 의사 소통 극대화. 한 대는 활주로에서 이동하고 다른 한 대는 막 이륙하던 두 대의 747점보 여객기가 충돌한 1977년 테네리페공항참사 직후 미 해군과 항공우주국(NASA)에 의해 생성돼 전세계 민간항공사로 퍼진 개념이다.
테러와 관제 미숙, 조종 실수가 겹쳐 583명의 사망자를 낳은 사상최악의 항공참사였던 이 사고의 최대원인은 기장과 부기장 간의 어처구니없는 불통(不通). 이륙 허가가 나지도 않았음에도 고참인 기장이 이륙하자 부기장이 침묵해 결국 대형참사로 이어졌다. 엄격한 상하관계가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미 해군이 CRM을 도입할 때 명령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반대가 많았지만 결과는 사고 최소화로 나타났다.
이륙 1분 만에 새떼와 충돌하는 버드 스트라이크로 두 개 엔진이 모두 멈춰선 유에스 에어웨이 소속 여객기가 2009년 1월 뉴욕의 허드슨강에 불시착해 승객과 승무원 155명 전원을 살려낸 '허드슨강의 기적'도 CRM 덕분이다. 고참 기장과 신참 부기장은 황급한 순간에서도 교범에 실린 대로 기상과 기체 상황, 임무를 서로 상기시킨 끝에 기적을 만들어냈다. 1994년 12월 필리핀항공 434편이 알카에다의 테러로 유압장치가 고장 나 정상적인 조종이 불가능한 상태에서도 오키나와 나하공항에 안전하게 불시착할 수 있었던 비결도 CRM에 있다. 조종석의 3명은 끊임없이 의사를 나누고 확인해 엔진 힘으로만 좌우와 상하로 이동하면서 기적을 이뤄냈다.
잘 나가던 일본항공을 나락으로 떨어트린 계기이자 단일여객기 사상 최악의 사고(사망 520명)로 기록된 1985년의 JAL 123편의 추락은 정반대의 사례로 꼽힌다. 공중에서 갑작스런 폭발이 일어나 꼬리날개가 날아가고 유압계통이 고장 난 상태에서 30분 동안 불시착을 위해 노력했으나 대형사고로 이어진 주요인은 기장과 부기장 간 의사소통 부재 탓이었다. CRM이 문제였던 것이다.
샌프란시스코공항에 착륙하려던 아시아나 항공의 사고는 원인을 규명할 수 없지만 CRM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례에 속한다. 기장과 부기장의 판단이 조금씩 다르고 충돌 54초 전 교대조이던 다른 조종사의 '급속 하강(sink rate)'경고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관제탑과 교신이 충분했는지도 의문이다.
이제 시공간을 초월한 여행을 마치고 착륙할 때다. 여객기에서 내려와 보니 CRM이 필요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정치가 그렇고 경제와 노사관계가 그렇다. CRM의 핵심은 무엇인가. 의사 소통과 팀워크이다. 서로를 향해 산적(토리)과 말도둑(휘그)이라고 맞붙던 양당제도 아래에서도 영국이 산업혁명을 넘어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발전하고 남북전쟁의 참화까지 낳았던 미국이 정당간ㆍ지역간 갈등을 딛고 오늘날에 이른 데에는 소통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독일의 노사평화와 산업균형발전 역시 이해집단 간 상호 이해와 소통 덕분이다.
소통의 힘은 특정국가의 발전 유무에 국한하지 않는다. 나라와 나라, 개인과 개인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꽃다운 여고생 2명이 희생된 이번 사고 직후 한 방송인이 부적절한 언사를 날려 중국인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 없이 나만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습성 탓에 간만에 조성된 친한 분위기가 깨질 판이다. CRM은 조종관리, 사회 발전을 넘어 개개인의 인간관계까지 규정할 수 있는 방편이자 희망이다. 아시아나 항공의 사고는 우리에게 CRM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추락하는 비행기에 □□□이 없는 것처럼 혼란하고 막 나가는 사회에도 □□□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