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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는 '무역 3관왕'을 달성했다. 무역 규모는 2013년 1조700억달러보다 높은 1조1,000억달러로 수출액은 5,500억달러에서 5,700억달러로 늘었다. 또 무역흑자 역시 442억달러에서 460억달러로 증가하며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처럼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비결로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FTA를 한목소리로 꼽는다. 해외 수출 비중이 높은 대기업은 물론 내수에 집중하던 중견·중소기업들이 FTA를 계기로 새로운 모멘텀을 찾으며 확 넓어진 경제 영토를 누비고 있다는 얘기다.
◇경제 영토 넓어지다=지난해까지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한 나라는 미국·EU·중국을 포함해 모두 52개국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에서 일본·멕시코·이스라엘을 제외한 모든 국가와 FTA가 체결됐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4%(2013년 기준)에 불과한 대한민국이 지구촌 전체의 73.45%를 경제 영토로 확보한 셈이다.
1일부터 한·캐나다 FTA가 발효돼 캐나다 680여개 품목과 우리나라 7,790여개 품목에 대한 관세가 즉시 철폐됐다. 또 상반기 중에는 콜롬비아와의 FTA가 발효되며 중국·뉴질랜드·베트남과의 FTA도 서명과 비준 절차가 잇따를 예정이다. 이런 FTA 타결 규모는 칠레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세계 10위권 경제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넓어진 경제 영토만큼이나 FTA를 활용한 교역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현재 FTA 체결국과의 수출 증가율은 7.0%로 전 세계 수출 증가율인 2.8%에 비해 2.5배에 달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다자간 무역협정이 급물살을 타면서 통상환경이 급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 동아시아 영토분쟁 등으로 메가 FTA가 잠시 주춤거렸지만 장기 침체에 빠진 글로벌 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등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FTA 활용도 높여야=메가 FTA 시대에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 역시 많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역량이 부족하고 해외 생산 시스템이 덜 갖추진 중소기업의 FTA 활용도를 높이는 일이다. FTA를 수출에 활용하는 대기업은 80%를 넘는 반면 중견·중소기업은 60.4%에 그쳤다.
한정화 중기청장은 "그동안 구축한 글로벌 FTA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중견·중소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으겠다"며 "올해는 중소기업의 활용률을 65%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타결된 한중 FTA 역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특히 내수 중심인 중소업계는 한중 FTA 타결에 따른 중국산 저가제품 공습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제조업체 5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중 FTA 체결이 경영에 불리하다'고 응답한 업체의 비율이 금속가공 업종(기계·가구 제외)에서 38.1%로 나타났다.
1차금속 업종에서도 29.4%, 자동차 및 트레일러 부품업종에서도 27.3%로 집계됐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이들 FTA 취약업종은 국내 대기업에 주로 부품이나 소재를 납품하고 있어 저가 중국산에 대한 우려가 크다"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선제적인 경쟁력 강화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는 거스를 수 없는 만큼 어떻게 활용하느냐, 그리고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가 거대한 경제 영토를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의 승부를 가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FTA 체결이 잇따르고 다자간 무역협정이 체결되면 그만큼 우리나라와 내수시장과 동등한 조건에서 무역을 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우리의 경제 영토가 넓어진다는 얘기"라며 "그럴수록 무역 의존도가 높다는 우려도 나올 수 있지만 내수시장의 한계로 어차피 해외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우리 기업으로서는 새로운 변화를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특히 메가 FTA 시대라는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우리 중소기업이 적극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역량을 강화하고 내수 위주의 체질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태환 중기중앙회 통상정책실장은 "메가 FTA는 세계경제의 피할 수 없는 흐름이고 우리 정부와 산업계는 FTA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국과 중국, 미국과 EU를 연결하는 핵심축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며 "통상환경 변화에 따른 우리 중소기업의 피해 업종 및 품목에 대한 구체적이고 면밀한 대책을 병행하면서 대한민국의 무역체질을 업그레이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