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세계 하이브리드카 시장 지각변동 올 것"

[인터뷰] 쏘나타 하이브리드 개발 주도 양웅철 현대·기아차 사장<br>15년 전 도요타가 실패한 클러치 접합기술 개발 성공<br>세계적 수준 기술력 입증 친환경차 경쟁서 승산 있어


"도요타가 쏘나타 하이브리드 기술을 입수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고 합니다. 출시되면 샅샅이 뜯어보겠다는 얘기도 들리구요."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총괄개발자인 양웅철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총괄본부장(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현대차의 첫 양산형 가솔린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관심을 이 같이 설명했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 딜러들에게 소량 공급되기 시작한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지난달 14일 현대차 아산 공장에서 본격 생산돼 오는 3월이면 미국 전역에 깔린다. 국내에서는 7월께 출시될 예정이다. 양 사장은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세계 하이브리드카시장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라며 "현대차의 독자개발 신기술이 알려지면서 이미 '하이브리드카=도요타'라는 공식이 깨지기 시작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모터 2개와 엔진에만 의존한 도요타의 복합형 하이브리드와 달리 엔진과 모터 사이에 '클러치'를 새로 단 병렬형 하이브리드 시스템로 개발됐다. 현대차 하이브리드 비밀의 열쇠는 이 클러치와 클러치 접합기술에 있다. 이는 도요타가 15년 전 실패한 것으로 현대차 하이브리드카의 핵심기술. 클러치는 각기 다른 엔진과 모터의 속도를 그 가운데서 조절해주는 장치로 엔진∙모터∙클러치가 동시에 접합되는 시간이 짧을수록 모터가 엔진 출력을 원활하게 해 가속 성능은 향상되고 연비도 크게 개선된다. 양 사장은 "15년 전 도요타는 클러치 접합시간이 7초나 걸려 이 기술 채택을 포기했다"며 "현대차는 이번에 그 시간을 0.6~0.7초로 단축시켰다"고 밝혔다. 이로써 하이브리드카의 취약점으로 꼽히는 고속도로 연비도 크게 향상됐다. 양 사장에 따르면 쏘나타 하이브리드(공인 연비 21.3㎞/리터)의 고속도로 연비는 가솔린 모델(13.0㎞/리터) 대비 10~15%, 시내주행시에는 50~60%가량 우수하다. 그는 "도요타가 자신들이 실패한 기술을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어떻게 실현시켰는지 확인하기 위해 차가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대한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시선이 집중되면서 정몽구 회장도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양 사장은 "정 회장이 수시로 남양연구소를 방문, 캠리 하이브리드 등 경쟁차와 수차례 비교, 시승을 하는 등 지속적으로 세밀한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8월 북미 올해의 차를 선정하는 기자단 32명을 남양연구소에 초청했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기술력을 직접 확인시키기 위해서였다. 양 사장은 "처음에는 의구심을 갖던 미국 자동차 전문기자들도 시승 후에는 현대차의 기술력(클러치 접합 기술)에 대해 많이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양 사장은 지난해 8월부터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출퇴근용으로 이용하고 있다. 또 밤잠을 설치는 날이면 새벽 2~3시에도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끌고 나와 국도와 고속도로를 누빈다. 가혹한 조건에서 차량의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극한 상황을 만드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고속도로에서 급정거∙급가속∙급커브를 무리하게 시도하다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적도 수차례 있었다. 양 사장은 "오히려 그 순간에 현대차의 안전장치가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느꼈다"고 털어 놓았다. 이제 곧 세상에 공개될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과연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까. 양 사장은 도요타를 넘어서는 하이브리드카를 선보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아직까지 친환경차는 이미지 경쟁인 만큼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가치와 기술을 입증시킴으로써 이미 절반의 성공을 이룬 셈"이라고 말했다. 얻은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자신감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산물이다. 현대∙기아차 연구소에서는 '벤치마킹'이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어느 누구도 그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는다. 기술적인 면에서 일찌감치 미국의 GM도, 일본의 도요타도 넘어섰음을 확신하고 있다는 얘기다. 양 사장은 "현대∙기아차는 세계 최고라는 철학을 갖고 '마이 웨이(my way)'를 가고 있고, 또 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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