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많은 사람들이 '발레는 어렵다'고 말한다. 무용수의 몸짓 언어 만으로 내용을 파악하고 작가의 의도를 알아채는 데는 상당한 관람과 경험이 필요할 뿐 아니라 발레 관련 용어도 어려운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가을에는 이같은 고정관념을 깨 볼 만하다. 친숙한 소재로 꾸미는 파격적 현대발레 , 단순하지만 기발한 소품 등 발레에 대한 부담과 편견을 없애줄 '재밌는 발레'가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국립발레단 '소품' 신작=장편소설을 읽기가 부담스러우면 단편소설로 압축적 재미를 즐기듯 발레도 대작이 어려울 것 같으면 '소품'으로 즐겨볼 수 있다. 국립발레단은 오는 7일과 8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선보이는 갈라공연 'KNB스타즈'에서 신작 소품 3편을 선보인다. 다양한 레퍼토리로 관객에게 다가가고자 한 강수진 국립발레단 단장의 뜻이 유럽에서 사랑받는 신선한 소품 둘을 국내 무대에 올리게 했다.
이 중 '발레 101(Ballet 101)'은 발레 팬들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진 작품이나 국내 초연작. 캐나다 출신의 인기 안무가 에릭 고티에의 작품으로, 발레의 5가지 기본 동작에서 파생된 101가지 동작이 쉴새 없이 펼쳐진다. 내레이션만 있을 뿐 음악·줄거리·무대장치 없이 단 한 명의 남성 무용수가 7분 동안 발레 동작 하나하나를 보여주는 단순한 구성이지만 보고 있으면 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발레를 사랑하게 만드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을 정도다. 또 다른 소품 '아 유 애즈 빅 애즈 미?(Are you as big as me?)'는 세 마리의 원숭이를 보고 영감을 얻어 탄생한 작품으로 세 무용수가 보여주는 익살스러운 춤이 특징이다. '리틀 몬스터즈(Little Monsters)'는 '러브 미 텐더(Love me tender) 등 엘비스 프레슬리의 히트곡 3곡에 맞춰 남녀 무용수가 만남과 사랑과 이별의 과정을 그려내는 자유로우면서도 파격적인 작품이다. (02) 587-6181
◇관능적 현대발레 '백설공주'=디즈니의 애니메이션으로 친숙한 '백설공주'가 발레로 찾아온다. 현대카드의 16번째 컬처프로젝트인 현대발레 '스노우 화이트(Snow White·사진)'가 14∼1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하지만 순진하고 착하기만 한 백설공주가 등장하지는 않는다. 잔혹하면서도 에로틱한 그림형제의 원작을 기반으로 이성과 사랑에 눈떠가는 관능적인 백설공주의 '진짜 이야기'가 펼쳐진다. '스노우 화이트'는 파격적이고 도발적 무대로 유명한 프랑스의 세계적 발레 안무가 앙줄랭 프렐조카주의 작품으로, 그가 설립한 '프렐조카주 발레단'이 공연할 예정이다. 고전·종교·영웅·사회 등 다양한 주제를 무용으로 표현해 내는 탁월한 프렐조카주는 이번 작품에 대해 "왕비와 백설공주의 충돌은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세대 간 갈등을 보여주며 이는 오늘날도 계속된다"고 소개했다. 어둡고 무시무시하지만 환상적이고 강렬한 안무와 무대 뿐 아니라 음악과 의상도 놓칠 수 없는 관람 포인트다.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을 활용해 현대 발레 작품에 고전의 색깔을 녹여냈고,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가 직접 디자인 한 관능적인 무대 의상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1577-5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