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엔저에도 일본 수출 부진… 아베노믹스 효과 어디로…

뉴욕연방준비은행 보고서

연료·원자재 수입가격 올라

수출가격 기대만큼 안 떨어져

기업도 추가 약세 원치 않아


아베노믹스가 엔저를 유도하는 데 성공했지만 수출증대 효과는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산업구조 및 기업체질이 변화하면서 '엔저=수출가격 하락=수출증가'라는 공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의 메리 아미티 국제조사 담당 본부장이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일본이 환율전쟁에서 승리했지만 기업들에 수출증대라는 전리품을 안겨주는 데는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아미티 본부장은 뉴욕연방준비은행 경제 블로그에 올린 이 보고서에서 지난 2011년 이후 엔화가치가 30% 하락했지만 이 기간 일본의 수출은 0.6% 감소했다고 밝혔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수출은 6% 증가해 일본의 수출부진을 글로벌 경제둔화 탓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발표된 일본의 5월 수출도 전년동기 대비 2.7% 감소하며 1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 아베노믹스의 약발이 떨어졌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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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엔저에도 일본 수출이 늘지 못한 이유로 엔화가치가 하락한 만큼 수출가격이 떨어지지 않은 점을 꼽았다. 일본의 대형 수출기업들은 공장 가동에 필요한 연료나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엔저로 연료와 원자재 수입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에 수출가격을 낮추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원전가동이 중단된 후 연료수입이 급증하면서 이 같은 경향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대지진 이후 일본 국내총생산(GDP)에서 에너지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4.4%에서 5.9%로 늘었다.

이 때문에 일본 기업들도 추가 엔화약세를 반기지 않고 있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7일 개최된 일본은행(BOJ) 지점장회의에서는 엔화가치가 추가 하락할 경우 연료 및 원자재 가격이 오를 우려가 있기 때문에 BOJ가 더 이상 양적완화에 나서서는 안 된다는 주문이 나왔다.

미 CNBC방송도 13일(현지시간) 엔저에도 불구하고 일본 수출붐이 일지 않는 현상을 진단하면서 △일본 기업들이 과거처럼 엔약세를 수출가격 인하 및 해외 점유율 확대의 기회로 활용하지 않는 점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일본 제품 수요감소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또 상당수 일본 기업들의 생산기지가 해외로 이전됐기 때문에 엔약세가 수출확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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