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정기검사때 「하자없다」판정… 부담/당초 “수사 지켜보겠다” 방관 입장/권위추락 무릅쓰고 의혹 벗겨낼지 관심검찰이 한보철강 부도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데 이어 은행감독원도 한보철강에 거액여신을 제공한 제일, 조흥, 외환, 서울, 산업은행 등 5개 은행에 대한 특별검사에 전격 착수함에 따라 한보철강 부도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은감원의 검사 결과는 특히 검찰수사와 함께 관련 행장 및 임원들의 거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 오는 2월 정기주총의 최대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은행감독원은 한보철강에 거액의 여신을 제공해준 은행들에 대해 특별검사에 착수하기 보다는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본다는 입장이었다. 이수휴 은감원장도 지난 2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이 은행의 장표 등을 수거해 수사에 착수하게 되면 은감원에서는 그 수사진행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밝힌 바 있다.
은감원이 당초방침을 바꿔 29일 전격적으로 특별검사에 착수한 것은 은감원 자체적인 판단에서라기 보다는 검찰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한보철강 관련은행들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은행업무에 대한 수사능력에 한계를 느껴 은감원에 지원요청했다는 설명이다.
특검에 착수한 은감원의 입장은 어쨌든 당혹스럽게 됐다. 왜냐하면 그동안 한보철강 부도사건과 관련해 은감원이 다소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은 해당 은행들에 대한 은감원의 정기검사에서 한보철강에 대한 여신에 대해 모두 적절한 절차를 밟은 정상여신으로 판정했기 때문에 나설 이유가 크게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한보철강 부도사건이 해당 은행들의 부당여신 의혹으로 크게 번진 현 상황에서 특검을 하게됨으로써 보다 강도높은 조사를 벌이지 않으면 안될 입장에 처하게 됐다.
만일 은감원이 이들 은행에 대한 특검을 통해 여신취급절차상의 하자를 발견하게 될 경우 과거 정기검사에서 은감원이 내린 「이상무」 판정을 스스로 뒤엎는 결과가 될 것이고 반대 결론이 도출되면 비리은닉이라는 의혹의 눈길을 피할 수 없게 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 것이다.
스스로의 권위와 신뢰성을 추락시킨다는 점을 무릅쓰고라도 특검을 통해 세간의 의혹을 규명해줄 납득할 만한 성과를 올리게 될 지, 아니면 정기검사에서와 마찬가지 결론을 내림으로써 비리은닉의혹을 뒤집어 쓰게 될 지 은감원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한편 은감원의 검사 결과는 2월 은행정기주총의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상최대규모의 임원임기 만료와 비상임이사제 도입으로 큰 변화가 예상되는 이번 은행주총에서 은감원의 특검결과는 막판 최대변수가 될 것이 확실시 된다.<김상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