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성장 둔화 중국 돈 풀기 나섰다

인민은행, 5대 시중은행에 84조 긴급 유동성 공급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가 가팔라지자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5대 시중은행에 단기 유동성 5,000억위안(약 84조7,000억원)을 푸는 긴급 처방을 단행했다. 이 같은 중앙은행의 처방은 중국 전체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하는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블룸버그와 중국 경제온라인 매체인 왕이재경 등은 인민은행이 전일 만기 3개월의 단기유동성지원창구(SLF)를 통해 5개 은행에 1,000억위안씩 유동성을 공급했다고 전했다. 통상 5대 은행은 공상·건설·중국·농업·교통은행을 의미한다.


SLF는 유동성 조절수단의 하나로 은행에 긴급 신용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단기유동성조작(SLO)과 비슷하지만 대출상환 기한이 1~3개월로 SLO보다 길다. 셴장광 미즈호증권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SLF는 본원통화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돈을 찍어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그 효과는 은행 지준율을 0.5%포인트 인하한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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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은행의 대규모 단기유동성 공급은 통화량을 늘려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리커창 총리는 통화량을 늘리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산업생산·민간소비·고정자산투자 등 실물경제 지표들이 일제히 둔화됨에 따라 추가 부양책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지난 8월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9% 오르는 데 그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시중에 공급된 유동성인 사회융자총액은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7월보다 회복됐지만 여전히 지난해보다는 40% 줄어들었다. 특히 중국 경제의 뇌관인 부동산 거품 붕괴가 금융과 실물경제를 위협하며 7.5%라는 성장률 목표달성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태다.

중국 성장률은 지난해 3·4분기 7.8% 이후 4·4분기 7.7%, 올 1·4분기 7.4%로 하락한 뒤 2·4분기 7.5%로 반짝 회복됐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단행한 미니 부양책의 약발이 떨어지면서 3ㆍ4분기 성장률은 정부 성장률 목표의 하한선인 7.0%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유동성 공급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있다. 류리강 호주뉴질랜드뱅킹그룹(ANZ)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이 결국 둔화상태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공격적으로 나섰다"며 "다만 SLF로 조달한 자금은 만기가 3개월에 불과해 일시적 효과를 내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단기 유동성 공급으로 시장이 원하는 금리인하와 지준율 인하의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금리인하나 지준율 인하 같은 공격적인 부양책을 쓰지 않겠다는 의지도 동시에 나타냈다"며 "그림자금융 단속 등으로 은행에 유동성을 풀면서도 유동성이 부동산 등으로 흐르는 것을 제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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