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위축돼 (전반적으로) 기업들의 가치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지금은 적기가 아닙니다. 인수합병(M&A)은 여유를 갖고 심사숙고해 추진할 계획입니다."
M&A를 통한 외형확장에 주력해온 두산그룹의 박용만(사진) 신임 회장은 5일 서울 소공동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M&A) 대상은 끊임없이 리스트에 올려보고 있지만 현재 크게 진전되고 있는 리스트는 없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그동안 굵직한 M&A를 통해 그룹의 체질을 개선하는 데 앞장선 만큼 그룹의 수장으로 추가적인 M&A를 추진하지 않겠냐는 외부의 관측을 일축한 셈이다. 그는 그러나 평소 생각해온 M&A에 대한 철학을 통해 앞으로의 경영 방향을 드러냈다.
박 회장은 "기술ㆍ제품ㆍ업종ㆍ네트워크 등에 있어 필요한 경영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M&A를 하는 것"이라며 "인수하는 목적이 분명하고 가격이 정당하며 인수 이후 가치증대가 가능할 경우에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올해 경제는 정치ㆍ유로존ㆍ유가 등 3대 리스크가 있지만 불안하지 않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박 회장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26개 국가에서 대선이, 35개 국가에 총선이 열리지만 정치권력의 향배와 그에 대한 영향은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라며 "유로존도 그리스가 봉합되고 있고 독일이 제 역할을 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 회장은 또 "중국 경기의 경착륙 가능성도 완화됐고 미국도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서 밥캣의 경우 올해 2,00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이 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2일 취임하면서 밝혔던 '따뜻한 성과주의'에 대해서는 "성과주의는 경쟁에서 하위 성과를 기록했을 때 냉혹하게 도태시키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고경영자(CEO)부터 전력을 다해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며 모자라는 역량이 있을 경우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며 어떻게 이를 키울 수 있느냐가 따뜻한 성과주의의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두산이 116년이나 지속해올 수 있었던 것은 급변하는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형제 간에 그룹 회장을 물려받으며 이어오고 있는 기업 경영도 동일한 철학으로 실적을 보여줬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박 회장은 "두산그룹이 116년 동안 유지될 수 있던 것은 환경에 대한 적응력과 '인화'를 강조해온 기업 철학이 있어 가능했다"며 "앞으로도 책임감 있는 경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