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투자 상품 수수료 아는 만큼 돈 번다

싼 수수료로 장기 투자할까? 비싸지만 기대 수익 높일까?<br>●낮은 수수료로 승부하는 상품- 미래에셋 등 랩 1~1.5%로 인하<br>인덱스펀드·ETF 대표 저비용 상품<br>● 비스 차별화로 무장한 상품- "수수료 보다 質" 새로운 랩등 선봬<br>운용 인력 정예화로 수익률 제고

미래에셋·현대·SK증권이 랩 수수료 인하를 전격 선언한 반면 다른 증권사들은 차별화한 서비스로 무장하겠다며 질 높은 상품개발로 대응하는 등 증권가에서 수수료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증권사 직원들이 수수료와 관련해 특화한 자사의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각증권사


"비용이 문제다(Cost matters)." 인덱스 펀드의 창시자이자 세계적인 뮤추얼펀드 운용사 뱅가드 그룹의 창립자인 존 보글(John Clifton Bogle)이 자신의 저서를 통해 한 말이다. 보글은 장기적인 펀드 성과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산 배분'과 함께 '비용'(cost)을 꼽았다. 그는 "혼합형 펀드에서의 축적된 데이터를 살펴보면 비용이 10bp(0.1%포인트) 내려갈 때마다 순수익률은 평균 17bp(0.17%포인트) 상승한다"며 "비용은 장기 수익률의 핵심적 결정 요인"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 증권가에서도 '비용이 문제(Cost is a problem)'가 됐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국내 랩상품의 높은 수수료는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촉발된 랩수수료 논쟁이 바로 그것이다. 선수를 빼앗긴 현대증권이 즉각 이에 동참했고, 뒤 이어 SK증권도 랩 수수료를 50%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다른 대형 증권사들은 "수수료 인하 대신 높은 서비스로 승부하겠다"고 벼르는 등 랩 수수료를 둘러싼 전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사실 수수료를 둘러싼 전쟁은 처음이 아니다. 2008년엔 한 증권사가 업계 최저를 앞세우며 온라인 증권매매중개수수료를 0.015%까지 낮춰 매매 수수료 논쟁이 촉발된 적이 있고, 2009~2010년엔 높은 펀드 판매 수수료가 문제돼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안이 나오기도 했다. 수수료를 둘러싼 논란이 많다는 것은 비용이 수익률에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높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존 보글의 말처럼 재테크 시장에서는 비용이 문제(Cost matters)인 것이다. 이번주 다트머니에서는 국내 재테크 시장에서 존재하는 수수료를 해부해 봤다. 국내 랩ㆍ펀드 시장에서의 비용 체계 및 수수료율 등에 대해 알아보고, 낮은 수수료를 이용한 상품ㆍ서비스도 찾아봤다. 낮은 비용을 마다하는 대신 높은 질(quality)로 승부하는 상품도 소개했다. 국내 재테크 시장에서의 수수료 경제학, 한번 공부해 보자. 주식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지난 2008년 한 헤지펀드 회사와 흥미로운 내기를 벌였다. 워런 버핏이 고른 인덱스 펀드(S&P500인덱스펀드)와 프로테제 파트너스(헤지펀드)사 중 향후 10년 동안 누가 높은 수익률을 낼 것인 지 대결을 벌이기로 한 것. 워런 버핏은 장기 투자에서의 수익률 향방이 저비용에 있다고 보고 수수료가 낮은 인덱스 펀드가 고비용인 헤지펀드를 이기는 것에 베팅을 한 것이다. 최종 승자는 오는 2018년 결정이 날 터지만 이를 떠나 이 대결은 간접 투자 시장에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오마하의 현인'이라 불릴 정도로 투자 종목 선정에 탁월한 버핏 역시도 장기 성과에 있어서 수수료의 차이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랩 수수료 인하를 둘러싸고 국내 재테크 시장에서 최근 불고 있는 논쟁의 근원에는 이처럼 '수수료가 결국 장기 투자에서의 향방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핵심 요인이 된다'는 대전제가 깔려 있다. 흔히 간접 투자 상품을 고르는 데 있어서 치러야 할 요금 정도로 치부해 버리는 수수료 체계를 올바로 이해하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낮은 수수료로 장기 투자할 지, 기대수익을 높이기 위해 높은 수수료를 감수할 지 수수료 수준을 반영하는 투자전략을 짜야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 국내 간접 상품 수수료 체계 어떻게= 그렇다면 최근 간접 투자 시장에서 뜨거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랩 상품의 수수료 구조는 어떻게 돼 있을까. 랩 상품의 경우 보통 최소 투자 금액 단위가 수천 만원 이상으로 제한돼 있고, 투자 금액 별로 적용되는 수수료도 다르지만 최근 랩 수수료를 인하한 미래에셋ㆍ현대ㆍSK증권 등을 제외하곤 보통 가입금액의 2~3%를 받는다. 하지만 이것은 대외적으로 공표된 비용일 뿐 투자자들이 지불해야 할 수수료는 또 있다. 상품의 수익률이'장애율'(Hurdle rate)을 넘었을 때 줘야 하는 성공 보수가 바로 그것. 예컨대 투자자들은 랩 상품 가입시'10% 이상의 수익을 내면 수익금의 10%를 낸다'(이른바 '10ㆍ10룰')든지, '15% 이상 수익시 수익금의 15%를 낸다'('15ㆍ15룰')는 식의 성공 보수 계약을 맺는다. 이 같은 성공 보수 역시 투자금액별로, 상품별로 내용이 상이하다. 반면 재테크 상품의 꽃이라 불리는 펀드(공모 기준)는 이와 다르다. 같은 펀드의 경우 투자금액에 상관 없이 내야 하는 총 비용이 같다. 펀드 투자 시 내야 하는 비용은 한번만 지불하면 되는 수수료와 가입 기간 동안 일정하게 내야 하는 보수로 나뉜다. 수수료의 경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시기에 따라 선취 수수료와 후취 수수료로 구분되며, 보수는 수취 대상에 따라 운용보수와 판매보수, 수탁 보수 등으로 나뉜다. 공모 펀드는 '선취 판매 수수료+신탁 보수'로 이뤄진 클래스A형과 수수료 없이 보수만 받는 C형(A형보다 보수 많음)이 대부분으로, 총 보수는 둘 모두 2.5% 안팎(주식형 펀드 기준)이다. 하지만 펀드 역시 숨겨진 비용이 있다. 펀드 내에서 종목을 사고 팔면서 내야 하는 비용인 매매ㆍ중개수수료율이 바로 그것.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매매ㆍ중개수수료율은 0.2915%. 결국 일반 투자자들이 주식형 펀드에 투자해야 할 때 내는 총 비용은 2.8% 정도가 된다. ◇ '低 수수료'로 승부하는 상품은= 그럼 현재 국내에서 출시돼 있는 저수수료 상품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최근 논란의 핵심에 있는 랩 중에선 지난 14일부터 수수료를 1.90%로 인하한 미래에셋증권의 자문형랩이 저수수료 상품으로 꼽힌다. 같은 날 현대증권 역시 모든 자문형 랩 수수료를 기존 1.5~3.0%에서 1.0%~1.5%로 내리기로 하면서 수수료 전쟁의 서막을 알렸다. 지난 17일엔 SK증권이 랩 수수료 인하 대열에 합류했다. SK는 이날부터 일부 자문형랩 수수료를 50% 인하했다. 이에 따라 기존 연2.0%를 받던 자문형 랩 수수료는 0.99%로, 최고 연2.8%의 수수료를 받았던 일임형랩 중 일부는 1.4%로 낮췄다. 펀드 중에선 특정 지수를 추종토록 설계된 인덱스펀드가 대표적 저수수료 상품으로 꼽힌다. 펀드 매니저의 재량권이 많지 않은 만큼 인력에 투여되는 비용이 낮아 수수료도 그만큼 저렴하다. 선취수수료와 보수 등을 감안한 총비용이 1~1.5% 정도다. 특히 키움증권이 지난해 12월 총보수가 0.07%의 인덱스펀드인 '키움선명e-인덱스펀드'를 5,000억원 한도로 판매하기도 하는 등 인덱스 펀드는 저비용 상품으로 효용 가치가 높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저비용 간접 투자 상품의 꽃은 바로 상장지수펀드(ETF)다. 특정 지수를 쫓는다는 점에서 인덱스펀드로 분류되지만 국내 증권 시장을 통해 직접 투자가 가능해 비용이 더욱 저렴한 것. ETF의 총보수는 0.23~0.60% 정도로 시장을 통한 매매 가격에 포함돼 있다. 이 외에 일반 주식을 사고 팔 때 드는 비용인 주식매매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이것 역시 하나대투증권의 온라인 전용 계좌(피가로) 등 가장 싼 매매 창구를 이용하면 0.015%의 수수료만 내면 된다. 또 국내ETF의 경우 주식 취급을 받아 증권거래세(0.1%)를 내야 하나 올해까지 면세 혜택이 있다. 단 해외ETF는 펀드처럼 인식돼 매도시 거래세 대신 배당소득세(이익금의 15.4%)를 내야 한다. 증권사별로 특화된 서비스로 저비용을 유도하는 사례도 있다. IBK투자증권이 대표적인 케이스. IBK투자증권은 국내 주식형 펀드 투자자들에게 코스피200풋주식워런트증권(ELW)을 무상으로 지급해 주는 펀드백신 서비스를 실시 중이다. 예컨대 주가 하락으로 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주가와 반대로 움직이는 풋ELW 가격이 오름으로써 펀드 손실의 일정 부분을 만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IBK투자증권은 직접 투자에 있어서도 저수수료 관련 서비스를 내놨다. 주식을 평균 매입 단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도(손절매)할 때 수수료를 받지 않는 '로우컷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키움증권은 지난 2009년 12월부터 특정 펀드를 선별해 판매수수료를 받지 않는 수수료 Free펀드를 판매 중이다. 올 2월 현재 키움증권을 통해 투자 가능한 수수료Free펀드는 96종에 달한다. 강방천 회장이 이끄는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국내 자산운용사 중 유일하게 판매사 없이 직접판매(직판)하는 방식을 택해 투자자들에게 낮은 수수료를 제공하고 있다. 에셋플러스의 직판 창구를 이용해 펀드를 구매하게 되면 선취 수수료가 0%다. ◇ "싼 게 비지떡"서비스 차별화로 무장한 상품들= 하지만 '수수료가 싸다'는 사실이 곧바로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랩 상품을 둘러싼 최근의 수수료 인하 논쟁을 두고 상품의 질적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금융투자협회의 한 관계자는 "랩은 본디 1대1 상담을 토대로 각각의 투자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제시해 주는 걸 주된 목적으로 하는 상품인데 낮은 수수료로는 그 같은 서비스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많은 증권사들은 수수료를 낮추는 대신 상품의 질을 높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해외 직접 투자 상품인 'MIKT(멕시코ㆍ인도네시아ㆍ한국ㆍ터키) ETF랩'과 'G2(미국ㆍ중국) ETF랩'을 출시했다. 투자할 수 있는 대상의 폭을 넓혀 상품의 질을 제고하도록 한 것. 한국투자증권은 자문형 랩에 적립식의 개념을 더한 '빌드업(Build-up)'랩을 선보였다. 대부분 거치식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다른 랩과는 달리 최초 가입시 500만원 이상 불입 후 매월 50만원 이상 자유적립식으로 추가 불입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증권도 적립식인'POP 골든랩 세이브업 포트폴리오'를 지난달 출시했다. 운용 업계에선 한국밸류자산운용이 싼 수수료 대신 높은 질(Quality)로 승부하는 대표적인 업체다. 이 운용사의 대표 펀드인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는 총보수가 2.584%에 달해 국내 주식형 펀드 중 가장 높은 축에 속하며 가입 후 3년 미만 환매시 이익금의 30%를 환매수수료로 물린다. 반면 이채원 부사장을 중심으로 한 운용 인력 모두가 소수의 펀드만 운용해 그만큼 수익률 제고에 유리하며 정기적으로 배포되는 운용 보고서도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등 사후 서비스에 신경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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