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원·엔 환율 1100원 무너져] 금융시장 쏠림 심화… 금리인하 압박에 외통수 몰린 김중수

아베노믹스 이후 원·엔 탈동조화 가속<br>환율변동성 커져 외국인마저 갈팡질팡<br>정부 뒤늦게 구두개입했지만 효과 미미


9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앞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등 7명의 금융통화위원들은 하루 전인 8일 예비회의를 열어 4시간 넘게 격론을 벌였다. 한은 밖에서는 정부와 정치권ㆍ학계까지 나서 다시 한번 금리인하를 강도 높게 압박하고 나섰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은이) 자칫 청개구리 심리를 갖고 있거나 호주 늘보의 행태를 보이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며 다시 한번 강하게 금리인하를 촉구했고 금융연구원까지 압박에 가세했다.

한은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외환시장의 움직임이다. 하필 금통위 전날 원ㆍ엔 환율이 100엔당 1,100원 아래로 내려앉으면서 금융시장의 쏠림 현상이 극도로 심화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외환시장에서 엔화가 약세로 방향을 잡으면 원화도 약세로 동조하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아베노믹스를 기점으로 두 통화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해외 자금이 국내 채권시장에는 과도하게 쏠리고 주식시장에서는 급속히 빠져나가면서 환율 변동성이 커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김 총재로서는 이래저래 외통수에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외국인만 쳐다보는 시장=기준금리 향방을 짐작하기 힘든 금융시장은 대외변수에 따라 출렁거리는 분위기다. '외국인바라기'는 더욱 심해졌다. 8일 외국인 투자가들은 코스피시장에서 2,600억원어치를 내던졌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요 증시가 상승하는데 한국만 외톨이라는 분위기는 더 짙어졌다.

외국인들의 유입이 가속화하던 채권시장에서는 금통위를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주(4월29일~5월3일) 9,429억원어치의 국채를 사들였던 외국인은 이번주(5월6~7일) 들어 오히려 409억원을 매도했다. 김문일 외환선물 연구원은 "4월과 달리 5월 금통위는 인하와 동결 전망이 팽팽하게 엇갈리면서 변동성이 크고 혼란스러운 모습"이라며 "외국인들 역시 한쪽 방향을 보이기보다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선진국에 이어 인도와 호주 등까지 줄이어 금리인하와 양적완화에 나서는 상황에서 또다시 우리만 금리를 동결할 경우 채권시장 등에 외인 자금의 유입이 가속화하고 이에 따라 버블 등 왜곡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뒤늦은 구두개입…높아진 금리인하 요구= 원ㆍ엔 환율 1,100원이 깨지자 기획재정부는 이례적으로 장중 구두개입에 나섰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과 같은 시장 내 쏠림 현상의 재발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최근의 외국인 채권 자금 흐름과 환율 움직임에 대해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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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장은 정부가 원ㆍ엔 환율의 방향 자체를 틀어놓을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관심은 오히려 9일 금통위를 앞둔 한은에 쏠리는 모습이다. 6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해온 한은에 대한 금리인하 압박도 더욱 강해졌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금리 결정이 환율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금리인하가 수출업체에 대한 지원사격이 될 것이고 이는 경상수지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한은이 금리 결정에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금융연구원도 올해 성장률을 기존 2.8%에서 2.6%로 하향 조정하면서 기준금리 인하를 제안했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경제실장은 "경기인식과 금리정책이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추가 금리인하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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