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파행 예고된 중개수수료 공청회




지난 23일 경기도 평촌 국토연구원 대강당. 국토교통부 주최로 열린 '부동산 중개보수 공청회'는 시작한 지 채 10분도 안 돼 아수라장 속에 중단됐다. 국토부의 수수료율 개선 방침에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공인중개사들은 구호에 몸싸움까지 벌이며 저지에 나섰다. 공청회에 패널로 참가한 소비자단체, 학계 전문가들은 의견을 개진해보지도 못한 채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왜 이렇게 반발하는 것일까. 아마도 요율 인하로 매출에 큰 타격을 받아서 일 것이다. 정부는 3억~6억원 사이 전세는 수수료율 상한선을 현재 0.8%에서 0.4%로, 6억~9억원 사이의 매매는 상한선을 0.9%에서 0.5%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가뜩이나 부동산경기 침체로 거래가 줄어든 중개사들 입장에서는 정부의 안이 반가울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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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의 의견수렴 방식은 기름에 불을 끼얹었다.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밝힌 것은 2월 업무보고에서다. 국토부는 이후 이해당사자인 공인중개사협회, 소비자단체 등과 만나 협의를 진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정부안을 수용하기 어려웠던 협회가 대화를 거부한 책임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이달 말 확정발표를 며칠 앞두고 공청회를 연 것은 절차상 중대한 오류다. 의견수렴 과정을 요식행위쯤으로 여긴다는 인상을 풍기기에 충분하다. 이런 식으로 빌미를 주면 취지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역풍을 확산시키는 것밖에 안 된다.

중개수수료는 14년째 그 자리에 묶여 있다. 그러는 사이 당시 1억원대였던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은 3억대로 치솟았다. 전셋값이 워낙 오르다 보니 임차인은 매매보다 더 비싼 수수료를 내야 하는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제도는 진작에 개편했어야 옳았다.

사실 수수료는 일선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 개정을 통해 간단하게 바꿀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지자체는 중개업자들의 극렬한 반발이나 지방선거에서 역풍을 맞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정부의 입만 바라봤다. 휘발성이 강한 사안에 정부의 중재는 백번이라도 칭찬 받아 마땅하지만 정책 과정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요율 개선은 악덕한 중개업자 대(對) 착한 소비자·정부 간 싸움이 아니다. 시대에 따라가지 못하는 제도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다. 정부와 중개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조속히 합리적인 개선안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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