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구조개혁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대학 간 경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데다 저출산에 따른 입학정원 감소 등 곧 닥쳐올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학문단위 구조개편이나 경영 효율성 제고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드는 것이 학문단위 구조개편이다. 이미 지난해 중앙대와 숙명여대가 학제 개편을 단행했고 건국대ㆍ동국대ㆍ성균관대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건국대는 유사학과를 통폐합하고 학문단위를 인문사회ㆍ생명과학ㆍ자연공학ㆍ예술문화 등 4개 계열로 묶을 계획이다. 건국대의 경우 생명ㆍ바이오 분야 학과(전공)가 생명과학과(이과대), 화학ㆍ생물공학부(공대), 동물생명과학부(동물생명과학대), 응용생명과학부(생명환경과학대), 특성화학부 생명공학전공(본부대) 등 5개나 되는데 이러한 유사학과를 가급적 하나로 합치겠다는 것이다. 건국대의 한 관계자는 "계열별로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해 톱다운(top-down)보다는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구조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올해 말까지는 대(大)학부 형태의 개편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대는 오는 2015년까지 문과대와 이과대를 통합해 기초학문대를 신설하고 예술대와 영상미디어대를 한데 묶는 학제 개편을 진행하고 있고 성균관대도 융ㆍ복합을 토대로 학제 간 구조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성대는 2020년까지 의학ㆍ자연계ㆍ인문계에 각각 하나씩 3개의 융ㆍ복합원을 설치할 예정으로 우선 지난 2월 삼성융합의과학원을 신설했다. 상명대는 정부가 분교를 운영하는 사립대가 본교와 분교의 유사ㆍ중복 학과를 통폐합하면 분교도 본교로 인정하기로 한 뒤 양 캠퍼스의 일부 단과대를 통합한 첫 사례다. 내년부터 통합단과대로 운영되는 대학은 융ㆍ복합특성화대와 생활과학대, 경영대 등 3개다. 융ㆍ복합특성화대에 기존 저작권보호ㆍ그린생명과학ㆍ에너지그리드학과 외에 화학ㆍ공업화학과(서울캠퍼스 자연과학대), 만화디지털콘텐츠학부(천안캠퍼스 예술대), 식물산업공학ㆍ환경조경학과(천안갬 산업대)가 편입된다. 학생은 캠퍼스별로 선발하지만 양 캠퍼스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고 단과대 내에서 2~3개 전공을 이수할 수 있게 된다. 총장과 대학 본부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과 행정력을 단과대로 분산시키는 '거버넌스(governance) 개편'도 대학 개혁의 주요 흐름이다. 중앙대가 단과대의 역량 강화를 위해 5개 계열별 책임 부총장제를 도입한 데 이어 건국대도 서울캠퍼스 4개, 글로컬(충주)캠퍼스 2개 계열별 부총장을 둘 계획이다. 한양대 역시 본부 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상당수 본부 인력을 단과대로 내려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양대는 450여명의 직원(기술직 제외) 중 절반가량이 대학 본부에 근무하고 있는데 본부 부처를 통폐합하고 남는 인력은 단과대에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한양대의 한 관계자는 "단과대 학장이 인사ㆍ재정권을 가지고 책임경영을 하도록 하기 위해 행정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면서 "대학 경쟁력 향상에는 단과대가 앞장서고 본부는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