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국은 「경제 대통령」 선택했다”/클린턴 재선 의미

◎경기회복 등 치적에 돌 감세 공약 등 “무릎”【뉴욕=김인영 특파원】 미국인들은 21세기를 이끌어갈 미국의 대통령으로 50세의 젊고 진보적인 민주당의 빌 클린턴을 선택했다. 5일(현지시간) 실시된 미 대통령 선거에서 클린턴 대통령이 공화당의 보브 돌 후보를 압도적인 표 차이로 따돌리고 오는 97년부터 2000년까지 4년간 재임할 제43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로써 클린턴 대통령은 지난 44년 재선에 성공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이후 52년만에 처음으로 재선에 성공한 민주당 대통령이 됐다. 그렇지만 이날 동시에 실시된 상하 양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과반수를 차지함으로써 행정부의 독주를 견제하고 권력의 균형을 이루게 됐다. 미국 유권자들이 클린턴에 또다시 손을 들어준 것은 클린턴 행정부의 지난 4년 국정수행능력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도 레이건, 부시로 이어지는 전임 공화당 대통령이 물려준 막대한 재정적자와 경기침체를 클린턴 행정부가 해소한 것이 재선 성공의 첫번째 요인이다. 지난 92년 선거에서 부시 전대통령이 걸프전에서 승리하는등 대외정책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지만, 국내 경제에서 실패한 반사효과 덕분에 클린턴이 승리했지만, 이번에는 그의 치적이 성공요인이었다. 클린턴이 백악관을 장악한 지난 4년동안 3천대에 머물던 다우존스주가지수가 지난달 6천대를 돌파했고, 지난 2·4분기에는 4·8%의 높은 GDP(국내 총생산) 증가율을 달성했다. 또 레이건 대통령 이후 미국 경제의 가장 큰 짐이었던 연방정부 재정 적자를 클린턴 행정부가 대폭 줄인 것도 재선의 길을 여는데 큰 역할을 했다. 선거전에서도 클린턴은 줄곧 돌 후보를 리드해왔다. 선거참모 딕 모리스 스캔들로 한때 곤경에 처하기도 했지만 클린턴은 선거 구호로 「21세기로 가는 다리」를 제창, 미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지도자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이에 비해 돌 후보는 공화당 전성기인 레이건 대통령 시절에 집착함으로써 21세기를 주창하는 클린턴에 비해 이미지 전달이 약했다. 게다가 공화당이 최대 이슈로 내걸었던 15% 감세공약도 클린턴 행정부가 치적으로 내세우는 호황 앞에는 설득력을 갖지 못했다. 아울러 후보의 인물 면면이 주요변수로 작용하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상대후보에 비해 젊고 힘있는 이미지를 갖는 클린턴이 유리했다. 특히 두터운 유권자층을 형성하는 베이비부머(2차 대전후 베이비 붐 시대에 태어난 35∼50세의 층)들이 2차 대전의 전쟁 영웅인 돌 후보보다는 같은 세대인 클린턴에게 더 많은 표를 던졌다. 그러나 2기 클린턴 행정부의 앞날은 순탄치만은 않다. 지난 7월중 무역적자가 1백16억 달러로 8년만에 최고수준에 이르는 등 미국의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지난 3·4분기 성장률이 2·2%로 하락했다. 또 화이트워터 사건, 외국인 불법정치 헌금 등에 대해 공화당과 개혁당이 선거후 문제로 삼을 것임을 공언하고 있어 클린턴은 재선의 기쁨이 식자마자 안팎으로 큰 시련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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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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