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재용의 삼성 변화 버전 2.0 ③] "M&A 전략 방향 맞지만… 조단위 '한방'으로 새 돌파구 찾아야"

스마트폰發 실적 부진 위기 아닌 성장통일뿐

'반도체 신화'때처럼 기업 명운 걸고 베팅

SW등 유력업체 인수를… 사물인터넷·무인車 등 신사업서 과감한 승부

삼성 계열사 사장들이 지난 1월7일 올해 첫 수요사장단 회의를 마친 뒤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을 나서고 있다. 삼성이 적극적 인수합병(M&A)을 통해 변신에 나서고 있지만 확실한 돌파구를 찾으려면 보다 큰 규모의 M&A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삼성에 대해 연구하거나 가까이서 지켜본 학계·산업계·금융계 전문가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도하는 최근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움직임에 후한 점수를 줬다. 전문가들은 다만 확실한 '한 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규모 투자를 하더라도 유력기업을 인수해 확실한 성장 발판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스마트폰 부진에 따른 삼성전자의 실적악화에 대해서는 '성장통'으로 봐야 한다며 대부분 '위기까지는 아니다'는 진단을 내렸다. 또 기존 반도체·스마트폰·TV 등 주력사업을 발판 삼아 사물인터넷(IoT) 시장을 개척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견해도 많았다.

◇실적 악화됐지만 큰 위기 아니다=전문가들은 지난해 하반기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를 심각한 위기로 진단하지 않았다.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던 지난 2013년이 비정상이었지 지난해 실적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는 진단이다. 한 대학 교수는 "연간 영업이익 10조원이 넘는 제조업체가 위기라면 우리나라에 남을 기업이 없다"며 "삼성은 원래 반도체 중심회사였고 이 분야 역량은 지금도 독보적"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실적 악화를 '성장통'으로 표현하며 "신사업을 찾고 기존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시기"라며 "3~5년 뒤에는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조기에 확보하지 않으면 삼성의 미래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경고 메시지도 있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자산업이 부침이 심하다는 점에서는 안심할 수 없다"며 "반도체 업황이 좋다지만 이익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킬 수 없고 시장 점유율도 이미 고점 수준에 올라 있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확실한 '한 방'…더 큰 M&A 필요하다=지난해 5월부터 지난달까지 10개월간 삼성전자는 모두 7건의 M&A를 진행했다. 새 먹거리로 삼고 있는 IoT와 모바일 솔루션 분야의 신생기업(스타트업) 위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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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2007년부터 2013년까지 7년에 걸쳐 총 14건의 M&A를 했던 점을 고려하면 최근 움직임이 얼마나 활발한지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하면서도 더 과감하고 적극적인 M&A를 주문했다. 장세진 KAIST 경영대학원 교수는 "오래전부터 시작했어야 하는데 다소 늦은 감이 있다"면서도 "소프트웨어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삼성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려면 과거 반도체를 처음 시작할 때처럼 기업의 운명을 걸고 조(兆) 단위의 베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계의 한 전문가도 "IoT·의료장비·소프트웨어·반도체 중심의 경쟁력 있는 기업을 찾아야 시너지를 내야 한다"며 "보유 현금이 넉넉한 만큼 1조원대 이상 기업도 넘볼 만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대형 M&A에 주저하는 원인을 1995년 미국PC 업체 AST리서치 인수 실패 사례에서 찾는다. 당시 삼성은 1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지만 AST리서치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익명을 요구한 전 삼성 계열사 사장은 M&A의 성공의 핵심으로 '선택'과 '시너지'를 꼽은 뒤 "문화가 다른 해외 M&A는 더 어려운 만큼 과거 실패 경험을 토대로 (피인수회사) 경영진의 자율권을 잘 유지하며 역량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력사업 기반으로 신사업 기회 찾아라=전문가들은 삼성이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고 IoT 시대를 선도하는 등 신사업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도 반도체·스마트폰 등 기존 주력산업을 탄탄히 다져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삼성에 밝은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모바일은 스마트홈 시대의 중추이고 반도체는 IoT의 기본"이라며 주력사업과 신사업을 굳이 구분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어 "타이젠(삼성 자체 운영체제) 플랫폼 역시 TV에 탑재될 때 의미가 있다"며 삼성이 반도체 설계 능력 확보에 더욱 공을 들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역량을 갖춘 만큼 설계·소프트웨어 경쟁력만 강화하면 인텔 이상의 회사로 성장할 수 있다"며 "반도체는 미래에도 주력 사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이 전격적으로 화학계열사를 매각하며 사업구조조정에 나선 점도 전문가들은 호평했다. 장 교수는 "선택과 집중은 경영의 기본"이라며 "전략적으로 전자와 금융·중공업에 집중해 그룹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 계열사 사장 출신 인사는 "온라인과 IoT·무인자동차 등 신사업 중심으로 그룹 포트폴리오를 더 줄여야 한다"며 "단순히 잘 만드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유통과 부품공급사 등 기업생태계 전반을 장악하고 '다스리는' 기업으로 커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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