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아바타' 캡슐 같은 조종석이… 엄청나네

버튼 누르면 시드니공항이 쫙~ 실제 비행 느낌 그대로<br>■ 대한항공 '조종사 운항훈련' 체험해보니<br>스크린에 날씨상황 맞게 뭉게구름·눈보라 펼쳐져<br>움직이면 몸 기울며 진동 실제 조종석 완벽히 재현

본지 양사록 기자가 대한항공 인천운항훈련원에 설치된 B777 시뮬레이터 부기장석에 앉아비행교관에게 조작법 등을 배우고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배경은 위성지도를 활용해 실제 모습을 스크린으로 구현한 모습이다./사진제공=대한항공


'아바타' 캡슐 같은 조종석이… 엄청나네
버튼 누르면 시드니공항이 쫙~ 실제 비행 느낌 그대로■ 대한항공 '조종사 운항훈련' 체험해보니스크린에 날씨상황 맞게 뭉게구름·눈보라 펼쳐져움직이면 몸 기울며 진동 실제 조종석 완벽히 재현

인천=김흥록기자 rok@sed.co.kr
양사록기자 sarok@sed.co.kr














본지 양사록 기자가 대한항공 인천운항훈련원에 설치된 B777 시뮬레이터 부기장석에 앉아비행교관에게 조작법 등을 배우고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배경은 위성지도를 활용해 실제 모습을 스크린으로 구현한 모습이다./사진제공=대한항공










인천공항 17번 게이트에서 비행준비를 마친 B777 비행기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우렁찬 굉음을 내며 활주로를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이륙과 함께 비행기는 살짝 기울어졌고 몸 전체로 동체의 진동이 전해졌다. 조종석에서 확인한 비행고도는 4,700피트. 창밖으로 보이는 영종도 주변 바다의 섬들은 벌써 깨알만큼 작아져 있다.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직접 체험한 인천공항의 이륙 상황은 실제 비행이 아닌 대한항공의 B777 시뮬레이터 내부에서 펼쳐진 전경이다. 시뮬레이터는 운항승무원들의 운항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실제 비행기 조종환경과 똑같은 조건을 구현한 시설이다. 대한항공은 자체 조종사 교육을 위해 인천 운항훈련원에 B777은 물론 A330ㆍA380 등 총 8대의 기종별 시뮬레이터를 두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운항훈련원으로 지난해 이곳을 거친 조종사 수만 2만 명이 넘는다.

18일 찾은 대한항공의 운항훈련원 내부에는 마치 영화 '아바타'나 '소스코드'에 등장하는 가상훈련 캡슐 같은 모습의 시뮬레이터 8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시뮬레이터 아래는 진동과 기울기를 주기 위한 유압 및 전기장치가 각각 연결돼 있었다. 시뮬레이터 내부로 들어가니 계기판부터 좌석 배치, 각종 조작버튼, 조명까지 실제 조종석을 완전히 재현한 모습이었다. 송호섭 운항훈련원 SIM정비 운용팀장은 "시뮬레이터에도 등급이 있는데 대한항공이 보유한 8대의 시뮬레이터는 모두 가장 높은 FAA-D 등급"이라며 "실제 비행환경을 그대로 구현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조종석에 앉아 모의비행을 시작해보니 실제 환경과 똑같다는 말이 실감됐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는 뒤로 쏠리는 느낌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조종대를 좌우로 움직이면 스크린에 펼쳐지는 배경은 물론 기울기와 소음ㆍ진동까지 변했다. 배경은 위성지도를 재구성한 것으로 실제 전세계 주요 공항 및 상공의 모습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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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중 교관이 상황을 변경하자 눈앞에 뭉게구름이 나타났다. 비행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교관의 지시에 따라 객실에 안전벨트 점등신호를 넣고 우회를 시작했다. B777 시뮬레이터 교관인 강성창 기장은 "뭉게구름은 보기에는 예쁘지만 실제 비행 중에 만나면 기체가 흔들려 위험하다"며 "비행기 여행 중 기체가 흔들릴 때는 대부분 구름을 통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관이 다시 뒤에서 버튼을 조작하자 야간비행ㆍ눈보라 등의 각종 상황이 화면에 나타났다. 시야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맞은편 비행기를 피하는 상황 등 다양한 훈련이 가능했다. 시드니공항을 착륙하는 상황에서는 기자의 미숙한 조작에 매끄럽지 못하게 기체가 활주로에 앉았다. 엉덩이에 진동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역추력을 받기 위해 레버를 당기며 브레이크를 밟자 비행기는 서서히 멈춰섰다.

대한항공 운항승무원들은 1년에 정기훈련 2회, 로프트(LOFT) 훈련 1회 등 최소 연 3회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교육을 받는다. 엔진아웃이나 비상착륙 같은 평소 접하기 힘든 상황을 집중적으로 배우게 된다. 강 교관은 "전세계에서 실제 일어난 비상상황 사례를 파악해 교육훈련에 도입한다"며 "6개월 단위로 교육 프로그램을 바꿔 최신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보잉 및 에어버스, 자체 교관의 감독 아래 교육을 진행하며 2회 이상 운항능력 부족으로 평가 받을 경우 조종사 자격을 박탈한다. 강 교관은 "매년 몇 명씩 퇴직하는 경우가 실제 발생한다"며 "안전을 위해서는 엄격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대한항공은 운항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보잉과 합작해 오는 2015년까지 운북운항훈련원을 새로 지을 예정이다. 이곳에는 총 16대의 시뮬레이터를 설치하며 이는 아시아 최대 규모다.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인천운항훈련원은 현재 교육을 위해 1년 365일 24시간 가동하고 있다"며 "비행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첨단시설과 교육 프로그램으로 운항교육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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