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외환위기 연대보증 채무자 구제

15년 된 빚 탕감… 성실 납부자와 형평성 논란<br>국민행복기금 이후엔 없다더니 두달만에 또… 정책 신뢰 잃어<br>채무불이행 기록 삭제 도마에… 채권 매입과정도 쉽지 않을듯


정부가 또 하나의 빚 탕감 대책을 내놓았다. 국민행복기금에 이어 현 정부의 채무구제2탄이라 할만하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부도난 중소기업에 연대보증을 섰던 11만3,000여명의 빚을 줄이는 내용이 뼈대다.

정부는 '국가적 재난'이라는 표현으로 이번 대책의 불가피성을 설명했지만 비판 여론은 여전하다. 2003년 카드 사태, 2008년 글로벌 위기 등 외부 환경으로 빚더미에 앉은 서민은 외환위기 이후에도 이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외환위기 이후 15년간 꾸준히 빚을 갚아온 사람만 억울하게 됐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행복기금 당시에도 또 한 번의 빚 탕감은 없다고 한 정부가 두 달여 만에 말을 바꿨다는 점도 정책의 신뢰성을 잃게 한다. 국민행복기금과 대상은 다르지만 장기 연체자에 대한 일괄 채무 조정이라는 점에서 이번 대책도 성격은 비슷하다.

◇7월부터 연말까지 세 차례 채무조정=금융위원회가 21일 발표한 외환위기 연대보증채무자 지원방안은 1997년부터 2001년까지 도산한 중소기업의 연대보증을 선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중소기업 임원이나 경영진의 가족 등이 반 의무적으로 보증을 선 사례가 많다. 채무자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7만2,000여명 등 모두 11만3,830명이며 현재까지 13조2,420억원을 연체하고 있다. 금융위는 이 중 97%가 1인당 10억원 이하의 채무로 파악하고 채무 감면을 실시하기로 했다.

채무 감면은 캠코가 자체 재원으로 채무조정을 신청한 채권을 금융회사 등으로부터 사들여 이뤄진다. 복수의 연대보증인 경우 보증인의 숫자로 채무액을 나누고 원금의 40~70%까지 감면한다. 캠코 내에 채무조정심의위원회가 채무자의 소득 수준, 연량, 재기 가능성 등을 평가해 판단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보증인이 한 명이고 채무 상환 능력이 극도로 떨어지면 감면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보증인이 여러 명이어도 채무 부담액이 상환 능력을 넘어설 정도로 많으면 최고한도를 별도로 설정한다. 이조차도 어려운 채무일 경우 개인회생이나 파산 등 기존의 채무조정 제도로 연계된다.


상환 기간은 최장 10년이지만 질병이나 사고 등이 발생하면 2년까지 더 연장할 수 있다. 채무조정 신청은 캠코가 채무조정을 신청한 채권을 일괄 매입한 뒤 7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세 차례 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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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갚은 사람만 바보? 형평성 논란=금융위는 연대보증 채무자 지원을 외환위기 시기로 한정한 이유에 대해 부도율을 이유도 들었다. 외환위기 이후에도 경제위기는 있었지만 부도율은 외환위기가 다른 시기보다 3~4배 높았다는 것이다.

채무자의 채권을 매입하는 과정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캠코는 13조2,000억여원인 채무 중 캠코가 이미 보유한 6조9,000억원을 제외한 6조9,000억원을 약 0.25%인 173억원에 매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실제 금융회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매입가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채권자의 요청에 의해 법원이 결정한 채무 불이행 정보를 일괄 삭제하는 것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사기나 고의로 부도를 내거나 정부의 채무 감면을 바라고 연체하는 채무자를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국민행복기금 사업을 통해 국세청과 개인의 재산을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만큼 대상을 가려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 대책이 정치적 결정에 의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금융위가 계획에 없던 방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도 700만명의 신용대사면을 단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대상자는 크게 줄었다. 정부의 관계자는 "외환위기 연체자 구제는 대통령 업무보고에 있던 내용이긴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청와대가 먼저 밝히면서 급하게 이뤄진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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