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계 채권단 개발리스 손실분담 수용

한국개발리스의 외국 채권금융기관들이 손실을 분담하게 된 것은 우리나라가 이제는 「국제금융계의 봉」 노릇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우리나라는 건국이래 외국 채무를 단 한푼도 떼어먹은 적이 없는 「모범 채무국」을 자처해왔다. 전문가들은 개발리스 사례를 계기로 국내와 외국간의 손실분담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국계 채권자 등살= 개발리스가 외국 채권기관에 진 빚 가운데 일정부분을 탕감한 뒤 모두 갚기로 한 것은 이들이 두고두고 골칫거리로 남을 것이란 판단 때문. 이들이 워크아웃에 동의를 해주더라도 채무조정 과정에서 매건마다 이의를 제기할 경우, 함께 작업을 하기가 곤란하다는 것. 국내 채권기관과 영업방식이나 판단기준이 전혀 달라 이들을 설득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게 채권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내 채권단은 올해초 개발리스에 대한 사적화의를 추진키로 하고 협의를 벌여왔으나 스미토모를 비롯한 일부 외국계 은행과 국내 종금사가 개발리스 발행 어음을 돌리는 바람에 화의원칙이 훼손됐다. 채권단은 개발리스에 빚상환을 요구할 경우, 무조건 부도처리키로 하고 워크아웃으로 방향을 돌려잡았다. ◇탕감비율 놓고 공방전 예상= 서슬이 퍼렇던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자세를 누그러뜨리기 시작한 것은 개발리스에 공적 개념의 워크아웃이 추진되면서부터. 기업구조조정위원회가 「금융기관은 워크아웃 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던 입장을 바꿔 리스사에 대한 허용방침을 정하자 입장이 애매해졌다. 무작정 채무유예조치를 따라가자니 빌려준 돈을 언제 회수할 수 있을 지 난감해진 셈이다. 더구나 개발리스의 워크아웃이 청산으로 귀결될 경우,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할 처지에 몰리게 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워크아웃 방안이 거론되자마자 일부 외국계 금융기관이 국내 채권단에 빚을 싼 값에 인수하라고 제의를 해왔다』고 말했다. 4월초 열리는 채권단 전체회의에서는 부채탕감 비율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를 놓고 공방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외국계 채권기관 가운데 상당수가 빚탕감에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으나 일부는 30% 깎아주기에 반대의사를 보이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모 외국은행의 경우 20% 이상은 못 깎아주겠다고 버티고 있어 채권규모에 따라 20~30% 선에서 절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역차별 논란은 여전= 종금사를 비롯한 국내 채권자들은 『외국에만 먼저 빚을 갚아주겠다는 것은 명백한 역차별』이라고 주장,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종금사 관계자는 『외국계 금융기관의 채권 가운데 상당부분이 무담보 여신이어서 우리 종금업계와 다를 바가 없는데 이들만 채권을 회수해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개발리스의 채무는 은행권 2조1,100억원, 투신사 9,600억원, 종금사 5,210억원, 리스사 3,130억원, 외국 금융기관 2,490억원 등 모두 4조3,000억원이 넘는다. 다른 종금사 관계자는 『워크아웃을 적용하기 위해 불가피하다지만 채권 금액 기준으로 5.75% 밖에 안되는 외국 금융기관에 70%나 돌려주는 것은 자산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한 외국계 금융기관의 책임을 국내 채권자에게 떠안기는 행위나 다를 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개발리스가 워크아웃으로 가기 위해서는 외국 채권기관 외에 종금사라는 또 하나의 높은 산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상복 기자 SBHA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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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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