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위험ㆍ중수익'의 대표 상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인컴펀드가 실제로는 수익률뿐만 아니라 위험도에서도 기대에 못미치는 저조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투자비중이 높은 신흥국 채권 부문에서 큰 타격을 입으면서 저금리시대 대표상품으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31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에 출시된 35개 인컴펀드(해외형 포함) 중 16개 펀드의 수익률(3개월)은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1.74%)조차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KB이머징국공채인컴자(채권)A은 3개월 동안 -8.09%의 수익률을 내 인컴펀드 중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내놓았고 슈로더아시안에셋인컴(주혼-재간접)종류A(-5.58%), 이스트스프링아시아인컴솔루션자(H)[채혼-재간접]클래스A(-5.05%), JP모간월지급아시아퍼시픽인컴(주혼-재간접)C(-5.01%) 등도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저금리에 따른 대안투자 바람으로 운용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중위험ㆍ중수익 대표상품으로 인컴펀드를 대거 출시했다. 올 들어 인컴펀드에는 1조5,816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돼 연초 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5,175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비교해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9월 설정된 슈로더아시안에셋인컴(주혼-재간접)종류A는 올 들어서만 4,606억원이 들어왔다. 올 3월 출시된 블랙록글로벌멀티에셋인컴(주혼-재간접)(H)(A)은 출시 이후 1,238억원이 들어오기도 했다. 따라서 중위험ㆍ중수익이라는 말에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했던 투자자들의 손실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펀드의 위험지표 중에 하나인 표준편차(3개월 연환산)를 살펴봐도 35개 펀드 중 유형별 표준편차보다 높은 펀드는 19개나 됐다. 표준편차는 펀드 수익률의 변화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펀드수익률의 변화가 심하면 수치가 높아지고 펀드수익률이 낮더라도 편차가 심하지 않다면 수치가 낮아진다. 결국 표준편차가 큰 펀드는 투자자입장에서 위험성이 높은 펀드라고 할 수 있다. 중위험ㆍ중수익을 표방하는 인컴펀드의 표준편차가 높다면 그 타이틀이 무색해지는 셈이다.
3개월 동안 수익률이 가장 낮았던 KB이머징국공채인컴자(채권)A의 경우 표준편차는 10.82%로 해외채권형 펀드의 표준편차(4.67%)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JP모간월지급아시아퍼시픽인컴(주혼-재간접)C 역시 해외주식혼합형 표준편차(8.28%)보다 높은 10.44%을 기록했다. 이밖에 인컴펀드 중 해당 유형펀드보다 위험수치가 더 높게 나온 펀드의 수는 54% 이상이다.
이처럼 인컴펀드의 수익성과 위험성이 모두 악화된 데는 지난 5월 이후 불거진 미국의 양적완화 조기 시행 우려 과정에서 주식과 채권 모두에서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특히 인컴펀드는 이머징 국채와 하이일드 채권의 보유 비중이 높아 채권 부문에서도 큰 타격을 입은데다 아시아지역 고배당주 역시 성과가 좋지 않아 그 피해가 더욱 컸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인컴펀드의 부진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발언 이후 이머징 시장에서의 유동성 회수 이슈가 불거지게 된 탓이 직접적인 원인이고 특히 브라질ㆍ인도 채권의 비중이 높은 펀드들은 해당국 채권의 금리가 상당히 올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양적완화 조기 축소 이슈가 나올 때마다 인컴펀드가 흔들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 연구원은 "인컴펀드가 현재 가지고 있는 포트폴리오를 유지한다면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인컴펀드가 중위험ㆍ중수익을 추구하기는 하지만 변동성이 높은 주식 비중이 크고 손실을 입을 수 있는 금융투자상품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펀드를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장춘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컴펀드는 주식형보다는 위험을 낮추고 채권형보다는 수익을 높인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이라고는 하지만 투자하는 지역과 유형이 다양하기 때문에 유형과 포트폴리오를 따져보고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