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변협, 대법관 출신 변호사 개업신고 반려… "권한 남용" "악습 철폐" 논란

"법조계의 건전한 풍토를 조성하기 위한 조치입니다."(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

"법률가 단체가 법적 근거 없이 정당성만 앞세우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입니다."(서울지역 A 판사)


대한변협이 '전관예우' 철폐를 위해 전 대법관의 변호사 활동을 막으려는 조치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권한과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변협은 뿌리 깊은 전관예우 악습을 없애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변협이 권한을 넘어 직업활동을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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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은 23일 상임위원회를 열어 차한성(61·사법연수원 7기)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신고를 반려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차 전 대법관의 자진 신고 철회를 권유한 변협은 차 전 대법관이 신고를 자진철회하지 않자 이날 실제 신고를 반려하는 강수를 뒀다. 대법관 출신이 변호사로 활동하며 사건을 수임할 경우 재판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수임료가 치솟는 이른바 '전관예우' 문제를 해소하자는 취지다. 변호사 신고가 되지 않으면 자문 등 변호사 자격으로 활동을 할 수는 있지만 개별 사건을 수임할 수는 없다.

다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결격사유가 없는 차 전 대법관의 개업을 막고 이를 이슈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냐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지방법원 소속의 한 판사는 "전관예우 철폐라는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변호사 개업 문제를 꺼내기 위해 공익활동을 하고자 하는 이까지 이슈로 삼는 것은 지나치다"며 "단순히 공익재단 이사장으로 이름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공익 소송을 맡아 변론을 하려면 변호사 개업 신고를 해야 하는데 이를 막는 것이 정당한 지 의문"이라고 되물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대법관을 지낸 차 전 대법관은 영남대 교수직을 유지하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공익재단인 동천에서 공익 법률지원활동을 하기 위해 이번에 변호사 개업신고를 했다.

변협이 과연 개업신고를 막을 자격이 있는지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판사는 "재임하던 지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면 안 된다는 규정 외에 대법관이 변호사를 해서는 안 된다는 법적 규제는 없다"며 "전관예우가 문제라면 입법 등을 통해 해결해야지 법적 근거 없이 결정한 것은 법률가 단체로서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변협은 "제40조 4에는 '신고가 있는 경우 규칙으로 정한 바에 따라 심사한다'는 규정이 있는 만큼 심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창우 변협 회장은 차 전 대법관의 신고 반려뿐 아니라 앞으로 모든 대법관 후보자에 대해 인사청문회 단계에서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포기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받도록 국회의장에게 협조 요청을 하는 공문을 보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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