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강지원 청소년보호위 위원장(월요 초대석)

◎“청소년 유해환경 모두 없애겠다”/폭력·음란물·약물중독 이미 ‘위험수위’/계몽·선도 중점,건전토양 회생시킬것/“청소년에 술팔면 죄악” 사회적 공감대 형성돼야□대담:이종환 문화레저부 기자 『구타, 질책, 훈계, 명령, 지시 등은 청소년을 지도하는데 있어 가장 그릇된 방법입니다. 이들은 쉽게 마음에 상처를 입거든요. 이것은 곧바로 열등감, 피해의식, 박탈감으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는 더 큰 비행을 저지르는 원인이 됩니다. 몇년 전 세상을 놀라게 했던 지존파도 상처가 많은 아이들이었어요.』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문화체육부 산하에 설치된 청소년보호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임명된 서울고검 강지원 부장검사(48). 그는 1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청소년들에게는 넉넉하고 풍성한 품성을 지니도록 해줘야 하는데 우리사회의 모든 환경은 이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방향으로만 나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철저한 단속뿐만 아니라 국민교육과 계몽에도 힘써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환경을 제거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학교폭력 등 심각 ­정부가 굳이 새로운 기구인 청소년보호위원회를 발족시킨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잘 아시다시피 최근들어 초·중·고교생들의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또 청소년들을 폭력과 음란물, 약물에 쉽게 빠져들도록 하는 사회환경의 악화도 위험수준을 넘었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대책은 일관성을 결여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청소년 비행이 유해환경 탓이라는 지적만 무성할 뿐 정작 기본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는 전담기구는 없었지요. 단속도 간헐적으로만 이뤄졌고…. 위원회를 출범시킨 것은 이제 더 이상 청소년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지요.』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어떻게 조직돼 있으며 어떤 권한을 갖고 있습니까. 『학계와 언론계, 문화계 등의 원로 12명과 내무부, 경찰, 교육부, 법무부, 문체부, 정보통신부 등 정부부처 공무원 8명 등 20명의 위원들이 있으며 ▲매체물위원회 ▲약물위원회 ▲업소위원회 등 3개로 나뉘어 있지요. 그리고 사무국이 지원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권한은 각종 매체 중 옥외광고물을 심의하고 방송위원회나 공연윤리위원회 등 여타 심의기관에서 의결된 내용을 집행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요. 특히 중요한 것은 블랙리스트라 할 수 있는 유해매체 목록을 작성, 관보 등에 게시하고 단속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청소년문제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기관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앞으로 청소년보호위원회는 무슨 일을 하게 됩니까. 『본격적인 「음란·폭력과의 전쟁」을 시작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과거의 단속 일변도에서 탈피, 계몽과 선도에 중점을 둘 작정입니다. 금주·금연교육 등 수요자교육과 주류회사·주류도매업자 등 공급자들에 대한 교육, 그리고 해로운 매체에 대한 적응을 내용으로 하는 미디어교육 등을 실시할 계획입니다. 반음란교육, 반폭력교육을 실시함은 물론이지요. 한마디로 기존의 유해한 환경은 자르는 한편 건전한 토양을 배양해가겠다는 얘깁니다.』 ­청소년보호법을 들여다보면 단속 규제조항이 상당히 엄격합니다. 『술·담배 및 본드·시너·부탄가스 판매금지, 유흥주점 고용·출입금지, 유해 매체물로 분류된 만화·비디오 ·음반·서적·사진첩 판매금지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기고 청소년들에게 판매하거나 출입을 허용했을 경우 3년 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 1천만원 이상의 벌금을 물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익금 환수차원에서 1천만원 이하의 과징금 부과도 병행할 작정이지요. 더 나아가 주류회사·주류판매회사·담배인삼공사·약물제조회사·업소운영주들에게 일정액을 거둬 기금을 만들 계획입니다. 수익자 공동책임론이지요. 미국 담배회사들이 피해자구제기금으로 천문학적인 금액을 내놓기로 한 것과 마찬가지의 맥락입니다. 기금이 조성되면 술, 담배, 약물 등으로 인한 피해자 구제사업에 사용할 작정입니다. 이는 법이론에도 나와 있는 제조물 책임론과 같은 맥락이라고 봐요. 예컨대 TV가 내부결함으로 폭발하면 제조업체가 책임을 지지 않습니까.』 ○강력한 단속 함께 ­하지만 법적용을 엄격하게 한다고 해서 유해환경이 일소될까요. 『옳은 지적입니다. 그래서 선도와 계몽을 병행, 아니 이것에 오히려 중점을 두겠다는 생각입니다. 청소년 범죄는 빠르게 선진국형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를 근원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들 삶의 방식도 선진국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술집에서 청소년들에게 술을 파는 것은 죄악이라는 사회적 공감대 같은 것 말입니다. 하지만 단기간에 이런 발상의 전환이 이뤄지겠습니까. 그래서 강력한 단속이 필요한 것입니다. 청소년관련법이 있었음에도 불구 그동안 잘 안됐던 까닭은 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의지부족도 큰몫을 차지했다고 생각해요. 우선 지자체 청소년담당부서와 지역경찰, 시민단체 등과 연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실효성을 높여나갈 작정입니다. 특히 경찰에 지속적인 단속을 요구할 생각이에요. 그래서 현직 검사가 파견나온 것 아닙니까.』 ­현실적으로 청소년보호법과 미성년자보호법의 청소년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청소년보호법은 18세 미만에게 술·담배 등을 팔면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반면 미성년자보호법은 20세 미만자, 1년 이하의 징역으로 되어 있습니다. 19, 20세가 되면 대학생이나 사회인이 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자칫 법이 사문화될 소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요. 내무부 등 관련부처와 협의, 곧 종합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최근 청소년 폭력의 특징을 어떻게 파악하고 계십니까. 여학생 폭력이 늘고 있는 것이 특징으로 보입니다만. ○여학생 남학생화 『정보매체의 발달로 인해 조숙화되고 있어요. 빠른 음악에 맞춘 광란에 가까운 춤 등 저급한 문화가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면서 심성이 조급해지고 자제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현상을 보입니다. 폭력행사 방법도 갈수록 잔인, 교묘해지고요.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 같습니다. 그리고 여학생 폭력 말인데…아마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봐요. 요즘 여학생들은 생활세계가 남학생들과 별 구분이 없습니다. 물론 좋은 면에서도 동등해지지만 나쁜 측면에서도 그렇거든요. 따로 볼 것이 아니라 동일 선상에서 분석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보화시대의 역기능이지요.』 ­이제 강위원장 개인으로 화제를 옮겨볼까요. 이번에 위원장으로 선임된 것을 스스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십니까. 『처음에는 무척 놀랐지요.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청소년 보호업무는 단속과 선도·계몽이 양날개가 돼야 합니다. 이중 단속업무를 원활히 수행하는데 현직 부장검사라는 직책이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초임검사시절 청소년전담 검사를 한 적이 있고 지난 89년에는 초대 서울보호관찰소장으로 임명돼 「보호관찰법」을 시행했지요. 교육목적으로 사회봉사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첫 시도였지요. 이후 청소년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여러 단체에서 활동하고 책 쓰고 강연하고…. 그런 것들이 평가받았다고 봅니다(웃음). 청소년범죄는 처벌보다 선도가 상책이라는 평소 생각도 고려됐을 거라고 짐작하고 있지요.』 강위원장은 『스스로 변해야 새로운 정책도 나올 수 있는 법』이라면서 『청소년보호위원회 공무원들에게 청소년문제에 관한 마인드를 갖도록 하는 것도 급한 일 중의 하나』라고 말하며 웃었다. □강위원장 약력 ▲서울생(48세) ▲경기고 서울대법대 ▲행정고시 12회 ▲사법시험 18회 ▲서울보호관찰소장 ▲법무부 관찰과장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고검 부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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