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TGV 전시용 될판(사설)

서울∼부산간 4백12㎞를 2시간대에 주파할 경부고속철 시제열차가 완성됐다. 프랑스의 중서부 라로셀항에 있는 GEC 알스톰사 공장에서 일반에 공개까지 됐다고 한다. 「한국 테제베 (TGV)」1호차인 이 열차는 동력차 2량, 객차 18량 등 총 20량(길이 3백88m) 1편성이다.당초 계획대로라면 TGV는 오는 2002년 새해 첫날 아침 1천여 승객들을 싣고 서울을 떠나 부산을 향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고속철은 완공을 기약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다. 부실시공에다 잦은 노선변경, 타당성에 대한 의문 등으로 공사자체가 거의 중단상태에 이른 탓이다. 따라서 시제열차가 국내에 들어와도 차고에서 낮잠만 자야 할 판이다. GEC 알스톰사는 한국고속철도공단과의 계약대로 시제1호차를 프랑스내에서 시험 운행하고 2·3호차는 내년중 한국에 인도할 예정이다. 시제 1호차를 포함한 나머지 10편성의 열차도 오는 99년 말까지 모두 인도된다. 고속철도공단이 공사지연을 들어 프랑스측에 인도를 늦추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게 됐다. 우리가 인수를 늦출 경우 그만큼 엄청난 추가 비용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다. 국내에서 제작될 34편성의 열차도 공사지연에 따라 제작일정의 조정이 불가피해 졌다. 결국 TGV를 전시용으로 주문한 꼴이 됐다. 국제적으로도 얼마나 망신인가. 경부고속철은 공사비만도 93년 불변가격으로 10조7천4백억원에 달하는 단군이래 최대역사다. 그런데 이같은 대역사를 우리는 지난 90년 노선확정후 불과 2년만인 92년 6월에 착공했다. 이해 12월의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정치논리에 조기공사가 강행된 것이다. 프랑스가 TGV 착공에 앞서 7∼10년의 준비기간을 갖는 점을 감안하면 경부고속철의 부실은 예고된 것이다. 고속철 시험구간이기도 한 천안∼대전과 서울∼천안 일부구간에서 교량을 비롯한 39곳이 부실로 드러났다. 아예 재시공해야 할 곳도 많다. 완공시기도 불투명, 예정보다 3∼4년 정도 늦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공기지연에 따른 추가부담도 연간 2조원씩 들어가 20조원이 넘는 공사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서울∼대전 구간만 완공하고 대전∼부산 구간은 다음 정권에 맡기자는 제의를 할 정도다. 대전∼부산 구간은 경제성 등에 대한 검토를 끝낸후 공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부고속철이 그만큼 졸속 착공됐다는 의미다. 고속철 지연에 따른 추가부담금은 국민의 혈세다. 그런데도 지금껏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이번 기회에 국민에게 고통을 강요한 사람을 찾아내 꼭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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