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보험·증권사 금융범죄 연좌제 제외 대기업 금융 계열사 한시름 놓는다

대주주 적격 심사제 완화<br>주식매각명령도 예외적으로


최대주주가 죄를 짓지 않아도 그 주주의 특수관계인이 법을 어기면 주식을 매각해야 하는 '금융범죄연좌제'가 보험이나 증권ㆍ보험ㆍ카드 같은 2금융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경제민주화 흐름에 편승해 내놓은 과잉 입법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23일 금융위원회와 국회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제 개정방안을 국회에 냈다.

◇대기업 계열사 안도=금융연좌제 관련 내용은 김기식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금융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들어 있다. 은행과 저축은행에만 적용하던 대주주 자격심사를 보험ㆍ증권ㆍ카드 등 모든 금융업으로 확대하는 게 골자다. 기존 대주주가 벌금형을 받으면 6개월 이내 보유주식을 강제로 팔아야 하고 그때까지 보유지분의 10%만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했다. 대주주뿐만 아니라 특수관계인이 벌금형을 받아도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한다.

문제는 대주주의 범위를 최대주주뿐만 아니라 6촌 이내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대주주 입장에서는 친척이 죄를 저질러도 금융사를 빼앗길 수 있으며 이 때문에 과잉 입법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꺾이면서 대기업 금융 계열사들은 한시름 놓게 됐다. 삼성생명만 놓고 봐도 지난해 말 현재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버랜드ㆍ삼성문화재단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 51.09%를 갖고 있다. 금융범죄연좌제가 적용될 경우 이 회장의 친척이나 특수관계인이 벌금형을 받으면 이 회장과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을 모두 강제 매각해야 한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1대주주다. 삼성생명과의 고리가 끊어지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도 잃게 되는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정몽윤 회장이 현대해상 지분 21.80%,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이 LIG손해보험 지분 7.14%를 갖고 있다. 한화건설이 지분 24.88%를 보유한 한화생명, 삼성생명이 지분 10.36%를 가진 삼성화재처럼 사실상의 오너가 거느린 계열사가 제2금융권 계열사의 대주주인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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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연좌제 논란이 없도록 부적격자가 퇴출되면 나머지 대주주집단에는 추가 불이익이 없도록 방향을 잡았다"며 "비은행권은 사유재산 문제가 걸리니까 주식매각명령을 신중해야 하고 법규에 넣더라도 선언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특수관계인 1명만 법을 어기면 주식강제매각 명령을 받는 금융연좌제는 과도 입법이라 판단돼 2금융권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식매각명령 예외적으로=정부와 국회는 대주주가 적격성에 문제가 있더라도 죄질에 따라 제재 수준을 달리하기로 했다. 부적격자가 금융사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판단하면 적격성 충족명령이나 이해상충방지계획서 정도만 받는다. 경미함의 기준은 ▦지분 5% 미만 ▦최대주주인 법인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가 아닌 자 ▦3년 이하의 징역(개인)이나 그에 상응하는 벌금형(법인) 등이다.

사안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는 10% 초과 지분에 대해서만 의결권을 제한할 예정이다. 단 적격성 요건을 회복하면 의결권 제한도 풀린다. 주식매각명령은 예외적으로 시행된다. 시행조건도 매우 까다롭다. 부적격 대주주로 인해 금융사의 자금사정이 크게 나빠지거나 공익 및 투자자 보호에 명백한 문제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

주식매각명령 부분을 법안에 넣을지도 최종적으로는 정해지지 않았다. 정무위의 한 관계자는 "주식매각명령을 넣더라도 선언적 의미로 하거나 완전히 빼는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라고 했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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