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文煥(서울대학교, 사회미학)IMF체제 아래에서 그렇지 않아도 강조되어오던 이른바 경영마인드에 대한 요구가 더욱 강력해졌다. 드디어는 책임경영제라는 이름으로 국립극장을 비롯한 문화기관들 마저 경영마인드를 발휘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고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때 말하는 경영마인드란 대체로 영리를 목적으로 한 기업경영을 모델로 설정하는 듯 싶다. 그러나 과연 기업과 병원, 교회, 건강 및 지역사회 서비스, 학교(대학포함), 자선단체, 재단 등등 이른바 비영리조직(NON-PROFIT ORGANIZATION:NPO)의 경영이 같은 차원에서 다뤄질때 오는 문제는 없을까?
피터 드러커는 「비영리 조직의 경영」(1990)이라는 책을 통해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그는 미국 사회의 봉사 및 비영리 부분에 800만명 이상이 고용원으로, 8,000만명 이상이 자원봉사원으로 종사할 정도로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면서 앞에 예시한 조직 등의 운영방식에 대해 지침과 전문가적 조언을 시도한다. 그는 이러한 조직 등을 효과적으로 운영하자면 마땅히 따라야 할 과제·책임성·그리고 실천을 분명하고 직접적으로 제시한다. 그는 사명·지도자적 자질·자원·마케팅·목표·인사 발전·의사결정 그리고 그밖의 여러 사항들에 대한 여러사례와 해설을 제공하는 한편, 비영리부분에서 열쇠가 되는 쟁점 등에 대한 아홉명의 전문가들과의 인터뷰 결과를 제시한다.
우선 그는 이 모든 조직들이「비영리」라는, 다시 말해서 그것들이「영업(비즈니스)」이 아니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는 관점에서 논의를 출발하고 있다. 또한 그것들이「비정부조직(NGO)」이라는 것도 말한다.
그것은 곧 그것들이 기업이나 정부와는 매우 다른 어떤 것을 행하고 있음을 뜻한다. 기업은 손님이 상품을 사고, 대가를 치르고, 그것이 성공할때 임무를 다한 셈이 된다. 정부는 그 정책이 효과적일때 그 기능을 수행한 것이 된다. 그런데 「비영리」기관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통제하지 않는다. 그「산물(PRODUCT)」은 한짝의 구두도, 효과적인 법령도 아니라는 것이다. 드러커는 그것의 산물을 「변화된 인간존재」라고 못박는다. 그「산물」은 치료된 환자, 학습하는 어린이, 자신을 존중하는 성인으로 성숙해 가는 청년세대들이다. 한마디로 변화된 인간생활 전체다.
많은 사람들이 기업경영을 경영의 전부로 여기는 상황에서, 그가 예컨대 비영리경영을 위한 피터 F. 드러커 재단을 설립하고, 많은 비영리 기관 등과 함께 일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그에게 『당신이 그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습니까』『혹시 기금적립을 도와주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그때 그는 단호하게 『아니오, 우리는 그것들의 사명·리더십·경영에 관해 일합니다』라고 대답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 조직 등이 일하는데 필요한 돈을 얻어내고 서비스를 매매하기 위해 요청되는 전략이라든지, 자원봉사자들에게 의존하고 따라서 명령할 수 없는 기관들속에 개혁과 변화를 도입해야 하는 도전을 그가 모를리 없다. 우리로 보아서는 엄청난 금액인 미국 GNP의 2~3%가 비영리조직을 위한 모금으로 충당되지만, 드러커는 풍요롭고 교육을 잘 받은 젊은 사람들이 자기들보다 훨씬 가난한 노동계층의 부모들보다 돈을 덜 낸다는 것을 국가적 망신이자 참된 실패로 간주한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기부에만 의존할 수 없기에, 그들을 공헌자(CONTRIBUTOR)로 전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사람들이 각자가 아침에 그 자신을 거울 속에 비춰보았을때, 보고자 하는대로 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을 뜻한다. 다시말해서 미국 시민들이 자아·실현을 위해, 이상·신앙 그리고 최상의 의견이 생활속에서 살아있게 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것을 만족시킨다는 공통된 사명을 공유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시민으로서 책임지는 사람, 이웃을 돌보는 사람이 되도록 한다는 것은 곧 공동체성의 회복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돈 몇 푼을 보수로 받는 것보다, 자신의 공헌으로부터 더 많은 만족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비영리조직들이 당면한 또 하나의 도전이다.
그래서 드러커는 지도자로서의 역할과 사명을 무엇보다도 강조한다. 그리고나서 사명으로부터 마케팅, 개혁 그리고 기금발전을 위한 효과적인 전략들로 시선을 옮긴다. 물론 성인 두명중 하나는 비영리부분에서 자원봉사자로서 1주일에 적어도 세시간을 쓰고 있는 미국사회와 그렇지 않은 한국사회는 비영리부분의 경영이라는 동일한 주제에 대해 같은 대답을 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특히 인간적 가치의 함양을 사명으로 삼는 문화활동을 위한 기관에서 단순히 영리를 목표로 한 기업이나, 통제를 기본수단으로 삼는 정부의 경영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것은 너무나도 분명다. 아울러 문화활동이 단순한 사치품이 아니라 인간다움을 위한 필수품이라는 믿음을 가진 사람만이 그와 같은 기관의 운영에 적합한 인물임도 부정할 수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