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검은 아프리카 잡자" 미·중·일 각축전

중국 '마지막 블루오션' 선점에 일본 저리 엔화차관 2배 증액

안보리 진출 등 지지확보 노려… 미국도 中견제 위해 구애 공세


사하라사막 이남의 '검은 아프리카'에서 정치·경제적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미국·중국·일본 등 3강의 각축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이후 아프리카 투자에 앞장서온 중국이 글로벌 시장의 마지막 블루오션을 선점하기 시작하자 미국과 일본은 뒤늦게 각국에 구애공세를 벌이며 중국 견제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집단적자위권 행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진출 등을 겨냥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으려는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8년 만의 아프리카 순방에서 수억달러를 뿌리며 이들 국가의 환심을 사는 데 공을 들이기 시작했다.

아베 총리는 13일(현지시간) 9일 개시한 중동·아프리카 순방의 마지막 방문국인 에티오피아에서 하일레마리암 데살렌 총리와 정상회담을 해 현지 지열발전소 건설을 위한 수십억엔의 차관과 함께 분쟁에 휘말린 남수단에서 넘어오는 난민대책 지원금 1,160만달러(약 122억원)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앞서 방문한 코트디부아르와 모잠비크에서도 각각 대규모 엔화공세로 이들 국가의 환심을 샀다. 아프리카개발은행을 통한 20억달러 규모의 지역경제발전기금 조성계획도 알려진 상태다. 모두 지난해 일본이 향후 5년간 아프리카 구호자금으로 약속한 320억달러 규모 지원계획의 일환이다.


이처럼 일본이 대규모 자금을 풀면서 아프리카와의 친분 쌓기에 나서는 데는 당장 집단적자위권과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한 국제적 지지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깔려 있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이번에 방문한 아프리카 3개국 모두에서 일본의 안보리 진출과 '적극적 평화주의'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영국 BBC 등 외신들도 이번 순방에 대해 "중국이 반대하는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위해 아프리카의 지지를 얻으려는 목적이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1993년 이후 상임이사국 진출을 추진해왔지만 중국 등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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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거대 잠재시장인 아프리카에서 나날이 입지를 넓히는 중국을 견제하고 일본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2000년대 들어 정부 차원에서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해왔다. 2012년 중국과 아프리카 간의 교역량은 2000년보다 10배 늘어난 1,80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일본의 약 7배에 달하는 규모다. 캐나다 일간 글로브앤드메일은 "아프리카 국가들 절반가량의 교역상대국 1위 혹은 2위가 중국"이라며 "천연자원의 가장 큰 투자 파트너이며 원유 및 천연자원을 가장 많이 사들이는 국가"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중국은 역내 인프라 건설을 위해 수십억달러 규모의 조건 없는 차관을 낮은 이자율로 제공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취임 이후 첫번째 해외순방 지역을 아프리카로 정하는 등 정부 고위관리들도 잦은 아프리카행을 통해 입김을 강화하고 관계를 다지고 있다. 아베 총리 방문 사흘 전인 지난 10일 에티오피아를 찾은 왕이 외교부장은 중국이 60년간 유지해온 '내정 불간섭' 원칙을 깨면서까지 남수단 정부군과 반군 휴전 협상 대표를 만나 직접 조정에 나서는 등 유례없이 적극적인 외교행보를 보였다.

이처럼 중국이 아프리카 대륙에 보다 깊숙이 발을 내딛는 것은 일본뿐 아니라 이 지역에 많은 관심을 두지 않던 미국까지 중국 견제를 위해 진출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파워아프리카' 프로젝트를 위시해 지난해 6월 대통령 임기 중 처음으로 아프리카를 순방하며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내자 중국의 신경도 날카로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에티오피아 등 사하라 이남 6개국의 전력공급을 위해 향후 5년간 16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매년 아프리카 청년 500명에게 미국유학 기회를 제공하는 '워싱턴 펠로십' 제도를 제시했다. 특히 최근에는 1993년 '블랙호크다운' 사건 이후 소말리아에 지상군 배치를 사실상 금지한 지 20여년 만에 군사협력단을 파견하기로 하는 등 아프리카에 대한 군사적 영향력도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는 총인구가 10억명에 달하고 원유와 다이아몬드 등 각종 천연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된 지역으로 브릭스(BRICs)와 아시아 신흥국 이후 마지막으로 성장잠재력을 기대할 만한 지역으로 꼽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아프리카 지역의 경제성장률을 6%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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