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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면 떠오르는 기업 사회공헌의 대표적인 모습은 연탄 나르기와 김장 담그기다. 하지만 과연 연탄과 김장만이 기업 사회공헌의 전부일까.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년 시행하는 기업 사회공헌 지출액 조사 결과 지난 2013년 우리 기업들의 사회공헌 지출 총액이 조사 시작 이래 처음으로 전년 대비 13.6%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줄지 않았던 기업의 사회공헌 지출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경기가 어려워지니 기업이 사회공헌 지출을 먼저 줄인다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기업의 고충을 엿볼 수 있다. 2013년 우리 기업들의 세전 이익이 22%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기업들의 2013년 사회공헌 지출액의 세전 이익 비율은 3.76%로 전년의 3.37%에 비해 오히려 올랐다. 어려운 살림살이 속에서도 꾸준히 사회공헌을 추진한 셈이다.
기업들의 사회공헌이 일반화되면서 사회공헌을 총액으로만 논하기에는 아까운 '이야기'들도 많아지고 있다. 올해 기업 사회공헌 실태조사를 분석하며 느낀 점은 '기업이 사회공헌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같은 관점에서 우리 기업의 사회공헌 발전방향을 확산과 자립, 협업, 그리고 대중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첫째, 기업들은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다양한 방식으로 확산돼 더 큰 영향을 발휘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삼성 '드림클래스'의 경우 엄청난 금액과 시간을 투자해 만든 프로그램 매뉴얼을 사회에 무료로 공유하고 있다. 둘째, 일시적 지원에 머물던 취약계층 지원이 자립 지원으로 거듭나고 있다. 취약계층의 일자리 확보와 결식 이웃의 영양공급을 지원하는 SK '행복도시락'이 대표적이다. 셋째,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는 물론 다른 기업과도 협업한다. 전문 교수진, 예술치료사 등이 참여하는 GS칼텍스의 '마음톡톡'이 그 예다. 마지막으로 현대차의 '어린이 교통안전 캠페인'과 같은 대중을 대상으로 한 캠페인이 선진문화를 앞당기고 있다.
최근 미국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알아볼 기회가 있었다. 미국이 우리와 다른 점은 비현금성 활동과 '업 연계'가 강한 활동이 많다는 것이었다. 우리 기업들의 사회공헌도 같은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우리도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금액으로만 평가할 것이 아니라 각 기업의 활동이 우리 사회에 주는 변화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지지와 성원을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