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을 생산하고 있는 롯데칠성음료는 이르면 오는 4월 프리미엄급 라거 맥주를 출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국내 맥주 시장 진입 초기에 시장 점유율 2% 정도를 달성한다는 게 목표로 현재 제품명 선정 등 막바지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올해 월드컵 등 스포츠 호재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 성수기를 앞둔 4월로 출시 시점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칠성은 1,700억원을 투자해 충북 충주에 연간 생산량 5만㎘ 규모의 맥주 테스트 공장 외관 공사를 지난해말 완료하고 현재 내부 생산라인을 구축 중이다. 또 2017년 완공을 목표로 7,000억원 가량을 추가 투자해 충북 충주시 신산업단지에 50만㎘ 규모의 본공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롯데칠성은 고급 맥주 시장을 겨냥해 산토리 프리미엄처럼 맥아 함량이 높은 신제품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제품 출시 후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 국내 맥주 시장에 2~3%에 불과한 에일 맥주가 아닌 라거 맥주 쪽으로 상품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도 대중화된 '카스' 등보다는 비싸면서 지난해 하이트진로에서 새로 선보인 에일맥주 '퀸즈에일'보다는 낮게 책정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후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주류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이 국산 맥주가 맛없다고 단정짓는 이유는 맥아 함량이 적다는 의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롯데칠성은 소비자들의 선입견을 극복하고 맛으로 승부하기 위해 값비싼 맥아를 쓰고 함량도 높인 프리미엄급 라거 맥주를 첫 출시 제품으로 택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칠성의 맥주 시장 진출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제품 출시 전 직접 시음에 나선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그룹에서 주목하는 신사업 분야인 만큼 주류업계는 벌써부터 롯데의 시장 진출을 둘러싸고 전운이 감돌고 있다.
롯데그룹이 막강한 유통망을 무기로 삼아 소비자 입맛만 제대로 잡는다면 하이트진로·OB맥주가 70년 이상 양분해온 국내 맥주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수입 맥주 열풍으로 판매되는 맥주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도 롯데칠성이 앞으로 차별성을 확보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이트진로와 OB맥주는 회사 대표가 직접 나서 '위기'를 강조하는 등 앞으로 다가올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경쟁사의 맥주 시장 신규 진출과 수입 주류 증가 등 경쟁 상황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선제 대응 △신속한 의사결정 △끝장 정신으로 무장한 성과 창출 등을 통해 임직원이 힘을 한곳에 모을 것을 당부했다. 장인수 OB맥주 사장도 지난 2일 본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올해 국내 맥주시장 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수 있어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고 주문했다.
한편 업계에서 롯데칠성의 시장 진출을 두고 경쟁의 고삐를 바짝 죄며 설왕설래가 오가는 데 대해 롯데칠성 측은 "맥주 출시시기나 종류 등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올 상반기가 목표지만 6월까지 출시시기가 늦춰지진 않을 수 있다"면서도 "아직 준비단계라 신제품을 어떤 종류로 선보일지, 가격은 얼마인지 등 세부사항은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