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만델라 폐 질환 악화로 위독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을 종식시킨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94ㆍ사진) 전 대통령이 위독하다고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만델라는 지병인 폐 감염증 등으로 지난 8일 입원해 집중치료를 받아왔다.

이날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만델라가 입원한 프리토리아메디클리닉 심장병원을 찾은 뒤 성명을 통해 "의료진으로부터 만델라의 병세가 지난 24시간 사이에 심각하게 악화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의료진이 상태를 호전시키려고 모든 조치를 다하고 있다"며 남아공 국민과 전세계인들에게 "만델라와 그의 가족, 의료진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남아공은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그의 건강상태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성명은 만델라의 건강과 관련한 것 중 가장 확실하면서 걱정스러운 어조"라고 전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남아공 국민들이 그가 입원한 병원 앞을 꽃과 각종 장식물로 채우고 있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쾌유를 비는 메시지도 쏟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이슬람권 매체에 따르면 카이로 등지의 이슬람교도들도 기독교 신자인 만델라의 회복을 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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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백악관도 성명을 내고 그의 쾌유를 기원했다. 케이틀린 헤이든 미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우리의 마음과 기도가 만델라와 그의 가족, 남아공 국민과 함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국제사회는 26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남아공 방문을 앞두고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과 흑백차별을 위해 투쟁한 만델라의 회동 여부에 주목해왔다. 두 사람은 오바마가 상원의원이던 2005년에 한번 만난 적 있다.

다음달 18일 95세 생일을 맞는 만델라는 이미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폐병이 악화되며 지난해 12월부터 네 차례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왔다. 그의 지병은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에 맞서 투쟁하다가 투옥돼 1962년 8월부터 1990년 2월까지 27년간 감옥에서 노역과 가혹행위에 시달리며 얻은 후유증으로 수감 중이던 1988년 폐결핵에 걸린 후 끊임없이 호흡기 감염, 폐렴 등 각종 폐 질환을 앓아왔다. 2001년에는 전립선암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았으며 1994년에는 수감시절의 눈 손상이 악화돼 백내장 수술을 받기도 했다.

한편 현재 만델라의 건강에 대한 소문과 억측이 쏟아지면서 일각에서는 남아공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남아공 국민 가운데는 만델라를 자신의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정부가 그의 상태에 관련된 소식이 초래할 사회적 파장을 염려해 정보를 세심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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