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비정한 보험사들...

일부 보험사들이 모집인을 대거 선발, 친인척에 보험상품을 팔게 한 뒤 판매실적이 떨어지면 퇴출시키는 「악덕상혼」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보험사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곤경에 처한 실직 가장이나 주부들을 집중적으로 끌어들였다가 실적부진을 이유로 내쫓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어 원성을 사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13개 손해보험사들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말까지 8만4,651명의 모집인을 퇴출시키고 6만9,697명을 새로 선발했다. 퇴출된 인력이 충원된 인력보다 1만5,000명 가량 많은 셈. 보험사들이 IMF이후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실적이 부진한 인력을 대거 정리한데다 보험모집인 특성상 이직률이 높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보험사들의 잦은 모집인 교체는 「친인척 시장」만을 노린 것이란 흔적을 지우기 어렵다. 특히 LG화재와 현대화재가 큰 폭으로 모집인을 교체한 것으로 드러나 구설수에 올랐다. LG는 지난 97년말 1만1,707명의 모집인을 거느리고 있었으나 지난해부터 올해 3월말까지 1만1,623명을 내보내고 1만1,717명을 새로 뽑았다. 현대화재는 같은 기간동안 1만1,872명을 퇴사시키고 8,656명을 선발했다. 최근 모집인 활동을 그만둔 K씨(여·42)는 『남편이 실직당한 뒤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혼신을 다해 뛰어다녔는데, 친인척과 이웃에 모두 보험을 팔고 나니 「그만 두라」는 통보를 받았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생명보험사들도 비슷한 양상이다. 29개 생보사들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24만737명을 내보내고 19만9,442명을 새로 뽑아 현장에 투입시켰다. 금융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모집인의 안면」을 내세워 친인척에게 보험가입을 강요하는 구태가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일부 손보사와 생보사에서는 한동안 주춤했던 밀어내기 영업이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 비영업직 사원들까지 영업전선으로 내몰고 있다. 한 보험사 직원은 『힘없는 모집인이나 보험사 사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비정상적 영업행위를 차단할 수 있는 근본적인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복 기자 SBHAN@ 우승호 기자 DERRID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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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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