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착한 분양가'도 안통했다

수도권 주택시장 춘래불사춘<br>중소형 비중 늘린 송도서도 1·2순위 미달<br>미분양 감소세 지방과 온도차 뚜렷<br>침체 장기화 막기 거래활성화 대책 시급

방문객은 몰렸었는데…, 집값 하락과 서울시의 재건축 규제 강화 등 정책 변수는 내 집 마련을 고민 중인 실수요자들의 구매욕구마저 위축시키고 있다. 청약을 앞두고 방문객으로 가득 찼던 인천 송도국제도시 아파트 모델하우스.


"설마 했는데…."

5일 청약접수를 받은 '송도 아트윈 푸르지오'와 '송도 더샵 그린워크2차'가 전 주택형이 1ㆍ2순위 청약 마감에 실패하자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의 분양 담당자들은 크게 당황하는 분위기다. 특히 청약을 앞둔 지난주 말 모델하우스에 2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분양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터라 실망감이 더욱 컸다. 6일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3순위 청약이 남아 있어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미분양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날씨는 풀리는데 수도권 주택시장에는 여전히 냉기류가 지속되고 있다. 집값 하락세가 지속되고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했다. 여기에다 지난주 분양한 '광교 푸르지오 월드마크'가 0.48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대거 미분양이 발생한 데 이어 송도까지 부진한 청약률을 나타내자 가뜩이나 얼어붙은 매수심리를 더욱 위축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집값이 급격하게 상승하거나 하락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거래라도 늘어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문했다.

◇서울ㆍ수도권 집값 하락세 당분간 이어질 듯=인천 송도 국제업무지구에서 올해 첫 분양에 나선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은 분양가를 인근 매매가격보다 낮게 책정하고 중소형 아파트 비중을 높이는 등 청약률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모델하우스도 동시에 개관하고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매매 알선 수수료 지급까지 약속했지만 수요자들의 마음을 붙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낮추고 중소형 위주로 구성하는 등 보수적인 분양전략을 세웠지만 수도권 주택시장이 워낙 침체돼 있어 모멘텀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면서 "집값 하락과 거래감소로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진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전월 대비 2.9% 줄면서 3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수도권은 전달보다 3.9%가 늘어나 서울ㆍ수도권과 지방 주택시장이 뚜렷한 온도 차를 보였다. 문제는 이 같은 추세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시의 뉴타운 출구전략과 재건축 아파트의 소형평형 확대 정책으로 재개발ㆍ재건축 시장이 위축된 것도 결정적 악재라는 분석이다. 집값의 바로미터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값 하락세가 구매의사가 있는 수요자들까지 주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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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114에 따르면 2일 현재 서울 강남ㆍ서초ㆍ송파구 등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3,162만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ㆍ4분기 3,055만원 이후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임병철 부동산114 팀장은 "재건축 사업에 관한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경우 거래위축으로 가격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거래 활성화 위한 대책 나와야=서울ㆍ수도권 집값은 내년까지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올해 치러지는 총선과 대선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고 유럽 재정위기와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시장의 불확실성도 단기간에 해소될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ㆍ수도권 주택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소비위축과 연관 산업 침체로 이어져 국가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거래 활성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어느 정도 안정세를 보이는 만큼 규제완화를 통해 어느 정도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주택시장이 안정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집값 변동폭이 크지 않아야 하고 거래가 활성화돼야 하는데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진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거래가 죽으면 집값이 더 떨어지는 만큼 지금은 거래를 살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집값이 불안하면 전셋값이 치솟는 등 전ㆍ월세 문제가 심각해지는 만큼 실수요자들이 집을 구매할 수 있도록 규제를 일정 부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남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도 "주택시장이 너무 침체돼 있어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하거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해도 당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래도 정부가 심리적으로 위축된 시장 참여자들에게 거래 활성화를 위한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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