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금리 '금'자도 안꺼냈지만… 사실상 금리인하 공감

崔 부총리·李 한은총재 첫 회동 "경제·통화정책 조화 이루자"

"안정적 성장" 한목소리

崔·李 시종일관 화기애애

차관·부총재도 이례적 참석


최경환(왼쪽)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조찬 회동을 갖기에 앞서 환한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고 있다. /권욱기자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를 예우했고 이 총재는 최 경제부총리의 경륜을 존중했다. 두 경제수장은 21일 조찬회동 직후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내수 부진 등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며 "안정적 성장을 위해 재정 등 경제정책과 통화정책의 조화를 이뤄나가는 데 공감했다"는 결과문을 발표했다. 금리의 '금'자도 없었지만 시장은 다음달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로 받아들였다.

사실 두 수장은 만남 전 신경전이 없지 않았다. 기재부는 한은에 금리 인하를 우회적으로 요구한 반면 한은은 "금리 결정은 한은 금통위의 고유 권한"이라며 맞섰다. 하지만 이날 양측이 우리 경제의 위험을 한목소리로 걱정하고 정책 공조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높아졌다. 이날 회동을 지켜본 골드만삭스는 "한은이 3·4분기 중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며 기존의 연내 금리동결 전망을 수정했다.


14개월 전인 지난해 6월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와 김중수 한은 총재는 곰탕집에서 만났다. 5월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후폭풍을 가라앉히기 위한 자리였으나 만남 뒤에도 정부와 한은 간 냉랭한 관계는 녹지 않았다. 최 경제부총리와 이 총재는 이날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나 아침으로 전복죽을 먹었다. 최 경제부총리 취임 후 닷새 만으로 양측이 부총리와 총재 신분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측은 장관이 참석하면 차관이 빠지는 관례에도 불구하고 차관(부총재), 차관보(부총재보), 국장(국장)급까지 담당라인이 총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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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경제부총리는 조찬 전 "1979년 한은에 취업해서 6개월 정도 다닌 적이 있다"며 한은과의 인연을 소개했고 "(이 총재는) 학교 선배다. 모시고 인사드릴 겸 만났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최 부총리는 연세대 경제학과 75학번, 이 총재는 경영학과 70학번이다.

조찬은 예정시간을 10분 넘기며 진행됐고 참가자들의 웃음소리는 바깥까지 흘러나왔다. 한 참석자는 "대화가 끊어지지 않았다"며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이 자리에서는 금리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 경제부총리는 "금리에 대해서는 '금'자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며 "금리는 한국은행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에 한은이 판단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다만 최 경제부총리는 "(총재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두 번이나 언급함으로써 금리 인하를 에둘러 압박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경제 상황에 대한 서로의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인식의 간극을 좁힐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양측은 "내수와 수출, 기업소득과 가계소득 간 불균형 등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우려를 함께 했다"고 밝혔다. 또 "정부와 한은이 거시경제 운용의 두 축으로서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정책조화를 이뤄가겠다"고도 했다. 시장은 8월 금리 인하를 점치고 있으며 이에 앞서 기재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발표되는 오는 24일 금통위가 금융중개지원대출 프로그램 한도 확대 같은 중소기업 지원책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한편 이날 양측은 만남을 정례화한다는 데는 합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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