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공공기관 자구안 제출 마감] 기대치 미달 많아 고강도 보완책 예고

부동산·자회사 처분 … 수익사업 … 복리후생 축소 …

철도·토지주택공사 토지 매각… 이미 추진했지만 성과 없었고

도로공사 복합휴게시설 추진… 수십조 빚 줄이기엔 조족지혈


빚을 줄이겠다던 공공기관들의 자구계획안 마련은 정부가 정한 데드라인(마감시한)까지도 눈치작전으로 점철됐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 주요 부처 장관들이 공공기관들에 대대적 쇄신안을 마련하라고 수차례 불호령을 내렸지만 상당수 공공기관들은 끝까지 쇄신 방안 제출을 미적거리는 구태를 재연했다.

실제로 기재부는 주요 공공기관들에 29일까지 부채 감축 및 방만경영 해소 계획을 제출하라고 독촉했지만 당일 정오 무렵이 되도록 접수창구에는 단 한건도 보고가 들어오지 않았다. 기재부가 주요 공공기관들에 데드라인을 넘기면 페널티를 주겠다며 으름장을 놓았을 정도다.


물론 공공기관들이 자구계획을 늑장제출하는 데는 시간적 여유가 넉넉하지 못했던 탓도 있다. 한 교통 부문의 대형 공기업 실무자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에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통해 빚을 대폭 줄이겠다는 취지로 보고를 했는데 한두 달 사이에 무슨 재주로 경천동지할 방법을 찾겠느냐"며 촉박한 시한의 한계를 지적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적지 않은 공기업들이 이미 기존에 발표했던 자구노력을 재탕·삼탕하는 수준에서 일부 수치만 슬쩍 고치는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철도공사의 경우 용산병원부지 등 일부 부동산과 자회사(코레일공항철도 등)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 같은 자구책도 새삼스로운 것은 아니라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판단이다. 도로공사는 민간자본을 유치해 복합휴게시설을 개발하고 사용이 금지된 도로(폐도)를 태양광발전사업용 부지 등으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수익사업을 통해 빚을 줄일 계획이다. 그러나 이 같은 부대사업을 통한 순이익 개선은 연간 수백억원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보여 25조원대에 이르는 빚더미를 줄이는 데는 조족지혈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관련기사



140조원에 육박하는 부채를 안고 있는 토지주택공사(LH)는 30조원대에 이르는 미매각토지를 처분하거나 유동화하는 방식으로 재무상태를 호전시킬 방침이다. 그러나 미매각토지 처분을 위해 내놓은 유인책인 토지리턴제나 세일즈앤 리스 모델(매각 후 임대 방식) 등은 이미 지난 정부에도 도입됐으나 큰 성과를 내지 못했던 방법이라 한계가 뚜렷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과 석유공사·가스공사 등 에너지공기업들은 해외 우라늄광구와 가스전 지분 등을 대거 매각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지만 자원 가격이 하락기이기 때문에 헐값으로 내놓지 않고서야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방만경영 해소 방안을 준비해온 공공기관들은 주로 과도한 임직원 복리후생을 줄이는 방향으로 계획을 만들었다. 대표적 방만경영 기관으로 찍힌 마사회의 경우 1인당 복지비를 50% 이상 삭감(1,310만원→570만여원)하고 임원 급여도 20% 깎는 방안을 제출했다. 이와 함께 팀장급 이상인 2급 이상 직원은 임금 인상분을 반납하고 직원 건강검진비를 폐지하는 등의 대안도 검토 중이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도 1인당 복리후생비(복지포인트)를 감액(220만원→130만원)하고 1인당 최대 160만원에 달하는 근속포상을 폐지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하지만 기재부가 이 정도 수준의 방만경영 해소안에 만족할지는 미지수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공공기업들이 제출한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겠지만 그동안 공식·비공식적으로 전해들었던 수준의 노력에 그친다면 합격점을 주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공공기관들의 자구노력이 전반적으로 기재부의 눈높이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층 고강도의 자구 방안으로 보완하라는 주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의 한 실무자는 "현재 공공기관들의 부채 감축계획을 자세히 평가할 실무지원팀을 구성해 회계 등 전문 분야의 민간인들까지 영입한 상황"이라며 "지원팀을 중심으로 평가를 한 뒤 미흡한 내용에 대해선 수정 보완을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이 같은 주문에도 불구하고 보완책이 미진할 경우 해당 공공기관장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도 불가피하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