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5세 누리과정 중 어린이집 보육을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 지난해보다 2.7배 늘어난 5조원 규모의 지방채 발행을 허용하기로 했다. 일선 교육감들이 요구해온 예산의 직접 지원은 아니지만 지방채 발행을 늘려 추가 재원을 확보하면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이하 교부금)은 다른 용도로 전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누리과정을 둘러싼 예산갈등이 해소될지 주목된다. 다만 지방채 발행은 빚을 내 빚을 막는 '돌려막기'라는 점에서 시도교육청의 추가 재정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2015년 시도교육청 지방채 발행 예정 규모'를 4조9,000억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올해 발행된 1조8,000억원보다 2.7배가량 증가한 규모다. 2013년의 1조원보다는 5배 가까이 많다. 발행된 지방채는 △교육환경개선비 △학교·유치원 신설 △교육자 명예퇴직 수당 지급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정부는 원래 교육환경개선비 등을 내년도 예산안으로 배정한 교부금(39조5,000억원)으로 소화하려고 했다. 하지만 누리과정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시도교육청의 반발이 거세지자 지방채 발행을 늘리는 절충안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항목을 지방채로 해결하면 전체 교부금 총액은 그만큼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 교부금을 누리과정 예산으로 전용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재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교부금 비율은 법에 정해져 있어 이를 통해 추가 지원하는 것은 (법 개정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누리과정이 정상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지방채 발행을 지원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내년도 교부금 39조5,000억원 외에도 지방채를 공공자금관리기금(이하 공자기금)으로 1조9,000억원어치 인수해 시도교육청의 재정부담을 줄여줄 계획이다. 공자기금은 고정금리에다 장기저리(5년 거치, 10년 분할 상환)로 국가부채에도 잡히지 않는다.
시도교육청은 교부금이 40조9,000억원으로 올해보다 1조4,000억원 많았던 지난해에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1조8,000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더욱이 내년에는 지난해 과다 교부된 교부금 2조7,000억원을 되돌려줘야 하는 만큼 예산이 더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교부금 증액 등의 여야 합의가 이뤄지면 공자기금 운용계획 변경 등을 통해 지방채 추가 인수와 이자 지원을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부는 지난 2009년에도 이 같은 방식으로 지방교육재정을 지원한 적이 있다. 추가 인수와 이자 지원 규모 등은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지방채 발행으로도 부족한 일부 재원은 시도교육청이 구조조정과 재정 효율성을 통해 감내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교부금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한다는 기존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교육청들도 예산절감 등을 통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