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련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다. 알 수 없는 허무함이 그를 맴돈다.
지난 11일 방송된 ‘아이리스2’18회에서는 복수만을 위해 달려가고자 했던 정유건(장혁 분)의 결심이 사랑 때문에 흔들리는 모습이 그려졌다.
유건과 수연(이다해 분)은 서로 사랑했다. 유건이 아이리스에서 나와 따로 떨어져있을 때에도 그들은 항상 서로를 그렸다. 그러나 이제 유건은 수연에게 다가갈 수 없다. 그는 수연에게서 점차 더 멀어지고자 한다.
“자기와 가까운 사람들이 다치고 위험에 빠진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머니도, 지 팀장 오빠 일도 다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유건이 수연에게서 자꾸 멀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유건은 수연마저 자신으로 인해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멀리하려 하지만 자꾸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녀와 자주 갔던 식당, 그녀와 함께 걸었던 거리. 그녀와 너무도 잘 어울렸던 노란색. 유건은 연화(임수향 분)와 함께 있으면서도 계속 수연이 떠오른다. .
유건은 행복했던 수연의 곁으로 가는 대신 어머니의 복수를 택했다. 유건의 어머니는 유중원(이범수 분)에 의해 죽었다. 유중원이 백산(김영철 분)에게 쏘려던 총이 정유건의 어머니에게 잘못 맞은 것이다. 유건은 유중원을 죽이고자 한다. 이제 깨끗한 수연의 곁에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자신은 어울리지 않는다.
“꼭 죽여야 복수를 하나 그럼 나는 중원오빠는.. 누구한테 엄마 복수를 하지..”죄 없는 유건의 어머니를 죽인 중원은 나쁜 사람이다. 그렇지만 그는 어떻게 보면 또 한없이 불쌍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 역시 어머니를 잃었다. 북조선 군부들은 죄 없는 그의 어머니를 총살시켰다. 어머니를 잃은 고통을 중원 역시 누구보다 더 잘 안다. 실수로 유건의 어머니를 죽이게 된 중원의 마음은 결코 편하지 않았다. 중원은 지금 분명히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 그의 곁에서 그것을 가르쳐주고 그를 혼내줄 수 있는 사람이 아쉽게도 아무도 없다.
복수가 끝나면 정유건은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중원오빠 안 죽이면 안돼요? 중원오빠 죽으면 나.. 나.. 과부 되는데..”연화의 목소리가 유건의 마음을 흔든다. 연화는 그 동안 표현하지 않았지만 중원을 사랑하고 있었다. 연화는 유건에게 중원을 죽이지는 말아달라고 애원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유건 역시 모르지 않는다. 단단했던 유건의 마음은 점점 약해진다.
복수는 어쩌면 또 다른 복수만 낳을 뿐, 해결책은 될 수 없다. 유건의 어머니 역시 그의 복수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복수는 어리석은 방법이다.
진정한 복수는 어쩌면 용서다. 모두를 용서해주고 그리고 자신 역시 용서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수 있다.
유건은 아프기 만한 복수를 그만 끝낼 수는 없을까. 수연에게로 돌아갈 수 없을까. 함께 라면 행복했던 그 때로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일까. 수연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유건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유건이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