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19일 새정치민주연합 내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 주최 강연에서 한 쓴 소리다. 장 교수는 “반(反)자유주의적이고 반시장적인 것이 보수의 모습이라면, 진보는 반자본만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우리 체제를 부정하는 식으로 문제를 풀어가려 하는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소득 양극화 등 서민들의 경제 문제는 점점 더 어려워져 가는데, 이를 풀 능력이 있는 정치권은 진영 논리에 갇혀 해법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많은 사람들의 인식과 달리, 우리나라의 시장경제 체제 도입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헌법상 1962년 시장경제 체제가 도입됐지만 실제로는 국가가 주도하는 기획경제 체제였고, 실질적 의미의 시장경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1990년대 초반까지는 목욕탕 요금까지 국가가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등 국가가 경제 전반을 주도했다.
이후 20여년 만에 시장경제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소득 불균형 등 양극화도 심화됐다. 장 교수는 여러 문제점 중 특히 소득 불균형의 심화에 초점을 맞췄다. 장 교수는 “부자는 좋은 차를 타고 큰 집에 사니까 쉽게 보이지만, 그들의 소득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며 “한국의 양극화는 노동 소득 임금의 불평등이 주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원청-하청 구조에서 ‘60%룰’을 예로 들었다. 하청업체의 근로자들이 원청 기업 근로자 대비 60% 수준 임금을 받는다는 것인데, 장 교수에 따르면 대부분 대기업인 원청기업에 비해 1차 부품업체는 60% 임금을 받는다면, 2차 업체는 35%, 3차는 25% 순으로 점점 임금 수준이 낮아진다.
장 교수는 “산업구조 탓으로 문제를 몰아가는 것은 잘못됐다. 우리나라는 노동구조가 잘못돼 있다”며 “대기업-중소기업, 원청-하청업체 등 노동 현실도 여러 구조로 갈려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노동계 입장을 대변해야 할 노동계에 대해서도 “연봉이 평균 1억원이 넘는 재벌기업 노동자들이 노동계를 주도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장 교수는 문제의 해결을 정부와 정치권이 할 수 있다며 각성을 촉구했다. 그는 “정부와 정치권이 분배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 시장이 바뀌어서 될 일이 아니다”며 “정치적 실천 의지와 역량이 있어야 하는데, 정치권이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최근 잇단 강연을 통해 새정연 내 ‘공정분배론’을 설파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문재인 대표가 참석한 민주정책연구원 강연에서도 같은 내용을 설명했다. 장 교수는 안철수 전 대표의 싱크탱크였던 ‘정책네트워크 내일’ 소장을 지냈으며 지금도 안 전 대표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당내 혁신기구 위원장 하마평에 이름이 오르고 있는 안 전 대표는 이날 강연에 참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