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적발표가 마무리된 후 올 1·4분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달부터 유럽의 양적완화가 시작되면서 한국 증시를 둘러싼 수급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상장사들의 실적이 뒷받침된다면 최근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상장사들은 올 1·4분기 긍정적인 실적 성적표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요 증가로 업황이 개선되고 있는 반도체·IT부품, 구조적인 실적 회복기에 들어선 증권, 유가하락으로 인한 비용절감이 반영되기 시작하는 항공·해운업종이 좋을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의 추정치가 있는 170개 상장사의 올 1·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집계한 결과 28조3,667억원으로 지난달 초 대비 1.14% 늘어났다. 에프앤가이드가 지난 2월 초 집계한 1·4분기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28조452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매출액 추정치는 4조4,689억원, 순이익 추정치는 1,081억원 늘었다.
실적 전망치 상승을 이끈 주역은 IT 업종이다. 분석대상인 34개 IT 상장사들 중 17개사의 영업이익 추정치가 높아졌다. 특히 삼성전자(005930) 등 대기업들의 실적 감소폭이 둔화되고 모바일 기기 신제품 출시가 예정돼 있어 지난해 부진했던 IT부품주도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 출시 예정인 삼성전자의 새 스마트폰 '갤럭시S6'의 수혜주로 꼽히는 KH바텍(060720)은 올 1·4분기 영업이익이 21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에스에프에이(056190)는 전년 동기 대비 36%, LG디스플레이(034220)는 333%, 삼성전기(009150)는 167%, 휴맥스(115160)는 162%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스마트폰 업체들의 전략 모델 라인업 강화에 더해 환율과 선진국 소비여건 등이 IT부품업체들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IT업종의 투자 매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대기업들의 설비라인 증설과 투자확대에 힘입어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OCI머티리얼즈(036490)는 올 1·4분기 영업이익이 15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9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덕산하이메탈(102%)·SK하이닉스(36%)·이피에스케이(031980)(30%)·이오테크닉스(039030)(28%) 등도 실적 개선세가 예상된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신제품이 확대되면서 반도체 장비 및 테스트 업체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며 "PC D램의 가격 하락폭이 둔화되고 있고 모바일 D램의 탑재량은 늘어나 관련 업계에 긍정적인 경영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 회복기에 진입한 증권업의 영업이익 추정치도 올라가고 있다. 핀테크 수혜주로 꼽히는 키움증권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7% 상승한 297억원, 하나금융지주는 66% 오른 4,053억원, 한국금융지주는 40% 늘어난 86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길원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거래대금이 늘어나고 시중금리가 하락하면서 상품운용이익이 회복되고 있다"며 "지난해 진행했던 구조조정으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가 나타나면서 펀더멘털이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유가하락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하는 항공·해운 업종의 실적도 주목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올 1·4분기 84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의 1·4분기 영업이익은 1,8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8%, 한진칼은 312억원으로 37%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송재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1월부터 해외여행 확대로 여객수송이 급증했다"며 "항공수요가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1·4분기부터 유가하락에 따른 유류비 절감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항공업계 수익성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유가하락의 또 다른 수혜주인 해운업계의 실적 전망도 밝다. 한진해운은 올 1·4분기 영업이익이 785억원으로 흑자 전환할 전망이고 흥아해운은 76억원으로 무려 1,133%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재업종 내에서는 중국 수출 비중을 늘리면서 내수부진을 극복하고 있는 화장품 종목들의 실적 개선세가 눈에 띈다. 코스맥스는 올 1·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한 77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아모레G(22%)·아모레퍼시픽(20%)· LG생활건강(17%)·한국콜마(13%) 등의 영업이익도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주가가 300만원을 돌파하면서 관심을 끌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관심이 높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은 강력한 브랜드파워를 기반으로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과 인지도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올 1·4분기에 분기기준 사상 최대 실적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